“울지 말고. 방금 내가 술 마시고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얘가 ××××라고 욕을 했어요. 지금 전화 끊지 말고 50만 원 입금하세요.”(납치 빙자 사기범)
만약 수화기 너머로 아이의 우는 목소리가 들리고 낯선 남성이 현금 입금을 요구한다면 일단 전화를 끊어야 한다. 급박한 상황이더라도 우선 학교, 학원, 지인 등에게 직접 확인하거나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아이의 목소리를 AI로 조작한 보이스피싱 수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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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2578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전년(8545억원)보다 47.2% 증가한 규모다. 최근에는 특히 기관사칭형 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제도권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대출사기형 범죄가 많았던 예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최근 5년(2021~2025년)간 1741억 원에서 9884억 원으로 약 5.7배 폭증했다. 지난해 피해액 중 78.6%가 기관사칭형에서 발생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명의 도용이나 구속 수사를 언급하는 전화, 가족·지인을 사칭해 금전을 요구하는 연락, 대출을 빙자해 선입금이나 타인 계좌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는 사기다. 금융당국은 “즉시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은 절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전화를 끊지 못하게 강요하지 않는다. 전화를 끊고 경찰청(112), 검찰청(02-3480-2000) 등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실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사기범은 또 피해자에게 겁을 준 뒤 구속 수사를 면하게 해주겠다는 등의 이유로 모텔에 혼자 투숙하도록 요구한다. 예컨대 사기범은 “구속수사가 아닌 약식수사를 받으려면 금융감독원에 본인이 직접 출입해 본인이 사용하는 휴대폰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해야 한다”며 “금감원 출입 허가증이 승인이 날 때까지 시간이 걸리니 대기를 해야하는데 혼자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근처 숙박업소에 입실하라. 비용처리는 해주겠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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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하지 않은 신용카드가 배송됐다며 연락한 뒤 특정 번호로 전화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카드 배송 사기’도 최근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전화를 끊고 ‘내 카드 한눈에’ 서비스나 카드사 공식 고객센터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성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도록 하는 경우에도 응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의 심리적 불안을 자극해 정상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수법이 많다”며 “대표적인 범죄 유형을 숙지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면 상당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