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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마다 퇴짜” 고금리 카드사 대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

입력 | 2026-02-10 04:30:00

불황속 자영업 연체율 4년새 3배로
은행, 신용 높은 대기업 대출 집중
상인들 울며 겨자먹기 P2P 대출로
“정부가 자영업자 이직교육 도와야”




“대출을 받으려고 찾는 은행마다 퇴짜를 놓고 있어요.”

경기 안산시에서 3년 넘게 기계 제조 수입 가게를 운영하는 박준영 씨는 요즘 은행을 찾을 때마다 애가 탄다. 운영 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없어서다.

장사가 안 되니 지난해 초 1억3000만 원이었던 빚은 줄지를 않고 있다. 박 씨는 “업황이 좋지 않아 매출은 늘지 않고 빚은 쌓여 연체되니 새로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며 “가게를 접고 커피 전문점이나 오리구이 집 같은 요식업종으로 전환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와 달리 불황에 빠진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줄어 빚을 갚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연체가 계속되다 보니 새로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그런데 은행들은 우량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대출은 늘리고 있는 반면에 자영업자 대출은 조이고 있다. ‘대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 은행권, 자영업 대출 줄이고 대기업 대출 늘려

자영업자들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 이후 은행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줘 근근이 버텼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계에 달한 분위기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이 건전성 관리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대 은행 사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0.5%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 위기가 고조된 2021년 12월 말(0.15%)의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은행 만기 연장이 지난해 거의 종료되면서 올해부터 개인사업자 대출을 부쩍 줄이는 추세다. 코로나19 확산기엔 정책금융기관이 더 나은 조건으로 보증을 서준 덕에 개인사업자들이 저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혜택이 종료되며 자영업자가 못 갚은 빚에 대해선 더 이상 보증이 연장되지 않고 연체 대출을 사실상 보증기관이 떠안게 됐다.

은행권은 신용이 좋은 대기업에 대출을 집중하고 있다. 5대 은행 대기업 대출은 1월 현재 171조4476억 원으로 전년 동기(163조996억 원) 대비 5.1%(8조3480억 원)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같은 기간 0.2%(7801억 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 “폐업 늘어 대출받으려던 사장님들 줄어”

고질적인 경기 침체에 아예 대출 신청을 포기한 채 겨우 버티는 사업자도 많다. 9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프린터 부품 판매 업체 대표 이광 씨(46)는 2019년 사업 확장을 위해 은행에서 3억 원을 대출받았고, 코로나19 경영난에 2021년 추가로 1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사업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이자만 갚고 있다. 이 씨는 “돈을 갚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은행 문을 두드릴 텐데 현재로서는 그럴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금리가 올라 은행권 사업자 대출 금리가 뛰니 부담은 더 커졌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들은 대출 금리가 연 10%대 중후반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이나 카드사 대출을 찾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전업 카드사 8개사를 통해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잔액은 2조18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181억 원) 증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다. P2P의 법인 신용대출 잔액도 1월 현재 452억 원으로, 전년 동기(442억 원) 대비 2.4%(10억 원) 늘었다.

코로나19 지원 국면이 끝난 만큼 자영업자 지원책이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사업자들이 시장 논리로 퇴출되더라도, 퇴출당한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이직 교육, 재창업 컨설팅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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