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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구독형 소프트웨어 붕괴?…살아남는 SaaS 기업 기준은

입력 | 2026-02-10 09:20:44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능이 무료·번들 형태로 확산되며 기존 소프트웨어 가격 구조가 흔들리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무너지는 ‘SaaS’ 아치 구조와 하락하는 기능 아이콘, 반면 가격 방어력(Pricing Power)과 고객 락인(Customer Lock-in)을 기반으로 성장 곡선을 유지하는 기업을 대비적으로 나타냈다. 챗GPT·제미나이 AI 생성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능이 무료·번들 형태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산업이 가격 경쟁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성장률보다 가격 방어력(pricing power)과 고객 락인 구조를 기준으로 ‘AI 시대에도 돈을 버는 SaaS 기업’ 선별에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앤스로픽 등 AI 기업들의 업무 자동화형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이 기존 소프트웨어 기능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투자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SaaS와 종말(apocalypse)의 합성어인 ‘사스어포칼립스(Saaspocalypse)’라고 부르며, AI가 소프트웨어 가격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산업 붕괴로 보기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부터 도태되는 ‘구조적 재편’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AI 기능이 무료 제공되거나 기존 서비스에 번들로 포함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의 장기 수익성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전면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과도한 공포 심리가 일부 완화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북미 소프트웨어 기업을 담은 ETF인 IGV는 최근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이 산업 붕괴 가능성보다 기업 간 경쟁력 재편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AI가 가격을 낮춘다”…구독형 소프트웨어 가격 압박 현실화

AI 기술 확산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낮추고 신규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쉽게 만들면서 산업 전반에 가격 압박을 확대하고 있다. 이코노믹타임즈는 AI 도입으로 제품 차별성이 약해지고 가격 압축(price compress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생성형 AI 기능이 빠르게 표준 기능으로 전환되면서 가격 전략을 재조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이미지 생성 AI 기능을 기존 구독 서비스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요금 구조를 재편하고 있으며, 개발자 플랫폼 기업들도 AI 코딩 보조 기능을 기존 요금제에 번들 형태로 제공하는 등 구독 모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기존 ‘사용자 수 기반 과금(per-seat pricing)’ 모델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I가 반복 업무를 대체할 경우 동일 업무 수행에 필요한 계정 수가 줄어들 수 있어 SaaS 기업들의 가격 방어력이 향후 수익성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단순 기능 중심 소프트웨어나 API 기반 서비스처럼 기능 복제가 쉬운 영역에서는 AI 기반 저가 경쟁 서비스가 빠르게 등장하면서 실제 요금 인하나 무료 전환이 확산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AI 시대 해자, 어디는 강해지고 어디는 약해지나

AI 기반 저가 경쟁자와 플랫폼 기업 사이에서 일부 중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AI 경쟁 심화로 중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빅테크와 저가 서비스 사이에서 ‘샌드위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격 체계 자체가 재설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코딩 보조 기능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가 코드 작성과 수정 작업을 지원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성이 높아지고, AI 기능이 SaaS 서비스의 기본 기능으로 빠르게 편입되는 산업 구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장에서는 AI 확산이 모든 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약화시키기보다는 기업 간 해자(competitive moat)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데이터 축적 규모가 크고 고객 업무 프로세스에 깊게 통합된 기업용 소프트웨어나 클라우드 인프라처럼 전환 비용이 높은 영역은 AI 도입 이후에도 경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는 이른바 ‘데이터 중력(Data Gravity)’ 효과로 고객 이탈을 어렵게 만드는 특징을 가진다. 반면 단순 기능형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 자동 생성형 서비스처럼 차별화가 어려운 영역은 향후 가격 경쟁 압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 AI 시대 살아남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조건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프트웨어 투자의 핵심 기준이 성장률이 아니라 가격 방어력(pricing power)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객 데이터 축적, 높은 전환 비용, 핵심 업무 프로세스에 깊게 통합된 플랫폼 구조를 가진 기업은 변동성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의 조정 국면은 산업 전반의 약화라기보다 기업 간 경쟁력이 가려지는 구간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AI 시대 투자 전략도 가장 빨리 오를 종목보다 가격 방어력을 갖춘 비즈니스 구조를 선별하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 팩트필터 | AI 시대 소프트웨어 기업 판단 기준 3가지

가격 방어력
AI 기능이 보편화된 이후에도 구독료를 유지하거나 인상할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해야 한다.

고객 락인 구조
고객 데이터 축적, 업무 프로세스 깊은 통합, 높은 전환 비용 등 고객이 쉽게 떠나기 어려운 구조가 핵심이다.

핵심 인프라·데이터 기반 경쟁력
단순 기능형 서비스보다 기업 운영의 핵심 시스템이나 대규모 데이터 기반 플랫폼일수록 AI 시대에도 경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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