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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일본’ 내걸고 압승한 다카이치, ‘전쟁 가능국’ 개헌 속도낼듯

입력 | 2026-02-09 04:30:00

[다카이치 日총선 압승]
높은 지지율에 조기총선 승부수
NHK “연립정권 302∼366석 전망”
‘살상무기’ 수출-비핵 재검토 등… 다카이치표 보수정책 힘받을듯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앞줄 가운데)가 중의원(하원) 선거 전날인 7일 도쿄 도심에서 길거리 유세를 펼치고 있다. 8일 오후 10시 40분 기준 NHK방송에 따르면 그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465석의 절반(233석) 이상인 256석을 단독으로 달성했다. 게티이미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단독 과반(총 465석 중 233석)을 훌쩍 뛰어넘는 압승을 이끌어 냈다. 70% 내외의 높은 내각 지지율에 자신감을 얻고 선택한 그의 조기 총선 승부수가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K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40분 기준 자민당은 256석을 확보했다. NHK와 아사히신문 출구조사(오후 8시)에 따르면 자민당은 274∼328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198석)보다 최소 76석, 많게는 130석이나 의석이 증가한다는 것. 1955년 창당한 자민당의 중의원 역대 최대 의석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시절인 1986년의 300석이다. 하지만 당시엔 전체 의석이 512석으로 현재(465석)보다 많았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일본유신회(8일 오후 10시 40분 기준 23석 확보)를 합한 의석이 여당 단독으로 개헌 발의가 가능한 310석(전체 465석 중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NHK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의석을 합치면 302∼366석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 개표 결과 이런 대승이 확인되면 여당의 핵심 공약인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는 헌법 개정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


● 다카이치의 조기 총선 승부수 통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3일 중의원을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 실시를 결정했다. 당시 그는 “총선은 정권 선택 선거”라면서 “내가 총리로서 적합한지, 국민이 판단해 달라”며 총리직을 걸었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선 중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총리가 결정된다. 이에 ‘정책 대결’보다는 ‘차기 총리 선거’라고 대결 구도를 단순화한 것이다.

스스로 재신임을 묻는 자신감은 높은 지지율에서 나왔다. 총리 취임 직후 80% 내외였던 지지율은 중의원 해산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70% 내외 수준. 특히 20대 이하의 젊은 유권자층에서는 지지율 90%를 넘겨 압도적이다. 첫 여성 총리인 그는 기존 총리들에 비해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에도 능숙하다.

선거에 출마한 자민당 후보들은 다카이치 총리를 전면에 내세워 유세를 펼쳤다.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자민당 정조회장 대리는 “안티도 있겠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현재 일본 내에서 가장 강력한 킬러 콘텐츠”라며 정치권의 분위기를 전했다.

● 군사력 강화와 개헌 등 ‘다카이치표 보수 정책’ 힘 받을 듯

이번 중의원 선거 결과를 통해 일본 사회의 보수 색채가 더 짙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한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 강경 보수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당시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가 되자 26년간 연정을 꾸렸던 공명당이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롯해 역사관 등을 문제 삼으며 결별을 통보했다. 그 결과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보다 더 강경 보수로 평가받는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았다.

이에 따라 ‘강한 일본’ 재건을 강조해 온 다카이치표 보수 정책들이 브레이크 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3대 안보 문서 개정, ‘살상 무기’ 수출 제한 해제, 비핵 3원칙 재검토 같은 정책들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9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선물을 건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도입 같은 방위력 강화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니치신문 등은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 전 총리가 중도 포기했던 헌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인 1946년 공포된 일본 헌법의 9조 1항은 전쟁과 무력 행사를 영구 포기한다는 내용이고, 2항에선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의 교전권을 금하고 있다. 이에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하지만 80년 만에 개헌을 통해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란을 없애고 ‘군사 대국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간 헌법 개정과 군사력 강화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교수(정치학)는 “중의원뿐만 아니라 여소야대인 참의원에서도 일부 야당의 협조를 얻으면 개헌 발의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한국에선 ‘일본이 위험한 행보를 걷고 있다’는 인식이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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