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교동도와 석모도
교동도와 석모도. 강화도에서 연륙교를 건너 들어가는 섬 속의 섬이다. 고려부터 조선까지 왕족들의 유배지였던 교동도는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그런가하면 황해도 출신 실향민들이 가꿔온 골목시장의 정겨운 풍경이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남아 있다. 추운 겨울. 교동도 대룡시장에서 쌍화차를 한잔 마시고, 석모도 해수온천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힐링여행을 떠나보자.
강화 석모도의 간척지 땅 너머로 펼쳐지는 새벽 일출. 유니아일랜드 더스파빌 해수온천 수영장 위로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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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이 강화에서 교동으로 갈 때 큰 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힐 뻔했다.”(조신 ‘소문쇄록’)
교동도는 북한과 불과 2.6km 떨어진 민통선 지역, 교동도로 들어가는 길이 3.4km의 교동대교 입구에는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추운날씨에도 군인들이 지키고 서 있다. 북한과 불과 2.6km 떨어진 접경지역라 출입 절차가 필요한 지역이다. 다리 위에서 서해의 물결 너머로 북녘 땅이 바라다보였다. 연산군은 교동도 유배길에 배를 타고 건넜지만, 지금은 연륙교를 건너니 불과 몇분만에 도착한다.
강화 교동도 화개정원에 있는 연산군 유배지.
교동도 화개산 중턱에 조성된 화개정원에는 연산군 유배지가 복원돼 있다. 교동도는 고려부터 조선까지 왕족 유배지로 최적의 장소였다. 다산 정약용 형제나 추사 김정희 등 사대부들은 전남 강진, 흑산도, 제주도, 함경도 등 한양에서 천리길 넘게 떨어진 곳으로 유배를 보냈다. 그러나 왕족은 너무 멀리 방치해놓으면 세력을 규합할까 불안했다. 그래서 가까우면서도 감시하기 쉽고, 신속하게 사약도 전달할 수 있는 교동도에 가두었다. 왕족들에게 교동도는 결코 살아서는 나올 수 없는 유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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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교동도 연산군 유배지에 있는 연산군의 호송장면 재현 조각상.
연산군은 중종반정으로 폐위된 뒤 교동도에서 위리안치(圍籬安置) 형벌에 처해졌다. 실제로 가보니 뾰족한 가시가 있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초가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보니 작은 방과 부엌 한칸이 나온다. 방 안에는 수염을 기른 남성 앞에 단촐한 반찬이 놓인 밥상과 이불이 놓여 있다. 전국에서 선발해온 미녀들로 ‘흥청(興淸)’을 만들어 성균관을 놀이터로 삼고, 원각사를 연회장과 유흥장으로 만들었던 연산군. ‘흥청망청’이라는 말의 어원이 됐던 폭군의 마지막 삶은 비참했다. 유배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역질에 걸려 사망했다. 31세의 젊은 나이였다.
가시덩굴로 둘러싸여 있는 연산군 유배지.
연산군 유배지를 지키고 있는 군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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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도에 유배됐던 왕족들의 무덤과 적거지가 있는 교동읍성.
● 교동도 대룡시장
교동짬뽕, 교동시장, 교동한과, 교동법주…. ‘교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음식과 장소는 유난히 많다. 전국 지도를 펼쳐보면 더 놀랍다. 서울, 인천, 전주, 군산, 대구, 경주, 강릉, 청주 등 웬만한 도시에는 교동(校洞)이 있다. 비밀은 ‘교’라는 글자에 있다. 정확히는 ‘향교(鄕校)’의 교(校)자다.
강화 교동도 중심지에 있는 교동향교.
항교는 단순히 교육기관만이 아니었다. 공자와 성현에게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고, 지역 양반들이 모여 시를 짓고 토론하는 사교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향교가 들어선 동네는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유생(儒生)들이 모여들었고, 책과 문화가 넘쳐났다.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됐다. 각 지역마다 교동이란 브랜드는 오랜 전통과 품격, 맛집의 대명사로 통했다.
교동도 대룡시장.
교동도 대룡시장에서 강아지떡과 이북만두를 파는 가게.
교동도 대룡시장 철물다방에서 마실 수 있는 계란이 띄워져 있는 쌍화차와 대추차.
●석모도 해수온천의 비밀
북극 한파가 몰아치는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이럴 때는 강화도 석모도에 있는 해수온천을 찾아가면 된다.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연륙교인 석모대교를 건너면 갯벌을 메워 만든 간척지 땅이 나온다. 갈대와 억새가 우거진 겨울들판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황무지처럼 쓸쓸하고 황량하다. 곳곳에 남아 있는 습지에는 저어새같은 천연기념물 조류가 노닐고 있고, 얼음을 뚫고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한겨울 고독을 즐기기에 딱 좋은 자연주의적 들판이다.
강화 석모도 습지의 겨울 풍경. 얼음 위로 부는 찬바람에 눈가루가 날리고 있다.
강화 석모도 유니아일랜드 더스파빌 해수온천
새벽 동틀무렵의 해수온천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개별 객실 내에 있는 프라이빗 해수온천.
깊은 심해의 열수구처럼 마그마가 직접 물을 400°C까지 가열하는 것과 달리, 육지의 해수온천은 지각 내 ‘마그마 굄(magma chamber)’이나 뜨거운 화성암층의 간접적인 열로 물이 데워진다고 한다. 뜨거워진 해수는 밀도가 낮아져 부력으로 상승하며 주변 암석의 미네랄을 녹여 흡수한다. 상승 중 주변 차가운 암석과 지하수와 열교환을 하면서 지표 도달 시에는 70도 내외가 된다. 석모도에서는 해수온천수를 난방에도 활용하고, 사우나도 만들고, 농가 비닐하우스 난방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강화=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