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는 북한과 러시아 국경지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파헤치는 남북한 비밀 요원들을 그렸다.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과 한국 국정원 블랙요원 조 과장(조인성)의 브로맨스 액션을 주축으로, 박건과 그의 옛 연인인 채선화(신세경)의 멜로가 극의 밀도를 높인다. NEW 제공
11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남북한 정보원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조 과장과 그의 새로운 휴민트 채선화(신세경), 채선화의 옛 연인이자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휴민트’는 ‘베테랑’(2015년)과 ‘군함도’(2017년), ‘모가디슈’(2021년) 등 굵직한 블록버스터를 선보인 류 감독이 2024년 ‘베테랑2’ 이후 약 17개월 만에 선보인 신작. 전작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이번 작품으로 최근 심각한 침체에 빠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광고 로드중
영화 휴민트 스틸. NEW 제공
시원시원한 액션물을 기대했다면, 양도 질도 차고 넘친다. 그 중심에 선 건 당연 조인성. 영화는 조 과장의 전사(前史)를 과감히 덜어내고 초반부터 그의 목적인 ‘인신매매 사건’을 추적하며 질주해간다.
특히 ‘휴민트’의 액션 묘미는 이해관계에 따라 순간순간 공조와 대치가 뒤섞인다는 데에 있다. 첫째, 조 과장 대 박건. 서로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는 남북한 요원들이다. 둘째, 황치성 대 박건. 황치성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 박건을 해치우려 한다. 마지막으로, 조 과장·박건대 러시아 범죄조직.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두 사람은 때로 손을 잡고, 때로는 서로를 의심한다.
첩보물 특유의 정보 과잉을 줄인 점도 ‘굿 초이스’였다. 영화는 북한과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발생하는 북한 인신매매와 마약 밀반입이란 매우 직관적인 사건을 내세운다. 영화의 실제 촬영지는 북유럽 라트비아.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눈밭 위 총격 액션이 ‘휴민트’가 구축한 스산한 세계를 잘 표현해준다.
영화 휴민트 스틸. NEW 제공
광고 로드중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류 감독의 2012년 영화 ‘베를린’에 있다. ‘휴민트’는 ‘베를린’과 세계관이 이어진다. ‘베를린’을 봤던 관객이라면 기억을 떠올려보자. 북한 첩보요원 표종성(하정우)이 아내 련정희(전지현)을 잃은 뒤 복수에 불타 향했던 곳이 블라디보스토크였다. 물론 이들이 전면에 등장하진 않지만, 블라디보스토크를 매개로 한 이스터 에그(easter egg·숨겨진 장치나 메시지)를 발견하는 재미가 꽤나 옹골차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