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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추가 하락땐 ‘죽음의 소용돌이’…마이클 버리, 금·기업 연쇄충격 경고

입력 | 2026-02-04 10:29:00

비트코인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래픽 이미지. 붉은 하락 곡선과 가상자산 아이콘, 귀금속 이미지가 겹쳐지며 암호화폐와 전통 자산 간 연쇄 충격 가능성을 시각화했다. 챗 GPT 생성 이미지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 스키온자산운용 대표가 비트코인 급락이 암호화폐 시장을 넘어 전통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버리는 최근 투자 서신을 통해 “비트코인이 주요 지지선을 하향 돌파하면서 막대한 가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역겨운 시나리오(sickening scenarios)’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트코인 시장은 버리의 경고대로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번 주 초 장중 한때 7만3000달러선 아래로 밀리며, 지난해 10월 기록한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다. 한국시간 4일 오전 기준 가격은 7만5000~7만6000달러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이어졌던 상승분을 사실상 대부분 반납한 상태다.

● “10% 더 떨어지면 자본시장 사실상 닫힐 수 있다”

버리는 비트코인이 추가로 10% 하락할 경우,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Strategy Inc.) 등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상장사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평가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해당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사실상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이 단순한 가격 경고를 넘어 기업 재무 구조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회계상 시가로 평가되는 자산이어서 가격 하락 시 손상차손이 발생하고, 자기자본 감소와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신용등급과 회사채 발행 여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디지털 금 신화, 흔들리고 있다”

버리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디지털 금’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기존 믿음이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달러 약세 우려 속에서도 금과 은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비트코인은 같은 흐름을 따르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를 두고 “비트코인이 순수한 투기 자산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 귀금속 시장으로 번지는 ‘담보 충격’

버리는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귀금속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그는 이번 귀금속 청산의 주체로 기관 투자자와 기업 재무 담당자를 지목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수익이 난 금·은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매도는 1월 말 금과 은 가격이 동반 하락한 시점과 맞물려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버리는 지난달 말 기준, 암호화폐 가격 하락 여파로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귀금속 포지션이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실물 금속이 아닌 선물·담보 구조 위에 올라간 ‘토큰화된 금속 상품’이 붕괴할 경우, 담보 가치 하락이 연쇄 매도를 부르는 ‘담보의 죽음의 소용돌이(collateral death spiral)’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5만 달러선까지 하락하는 경우를 ‘임계 시나리오’로 제시하며, 그럴 경우 채굴 업체들의 도산과 함께 토큰화된 귀금속 선물 시장이 “매수자가 사라진 블랙홀로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버리 스키온자산운용 대표가 2015년 뉴욕에서 열린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 ETF가 키운 변동성

버리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비트코인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일축했다.

그는 ETF가 비트코인의 투기적 성격을 강화하고,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주식시장과의 상관계수는 최근 0.5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장 기업 약 200곳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무제표상 ‘영원한 자산’은 없다”며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경우 리스크 관리자들이 경영진에게 매도를 권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월 말 이후 비트코인 ETF에서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영향력이 전통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조4000억~1조5000억 달러 수준으로, 글로벌 주식·채권 시장에 비해 규모가 제한적이다. 가계 직접 투자 비중과 기업 노출도 역시 일부에 그쳐, 부의 효과가 실물 경제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과거 테라·FTX 사태 등 대형 암호화폐 붕괴 역시 전통 금융시장으로의 전염은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 월가 시스템 안으로 들어온 비트코인

다만 전문가들은 현물 ETF와 기업 재무자산 편입을 계기로,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시장과 점점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식시장 불안이 커질 경우 ETF 환매를 통한 비트코인 매도가 늘어나고, 이 흐름이 다시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트코인의 위험은 가격 그 자체보다, 이제 기업 재무제표와 자본시장, 파생상품과 담보 구조 전반에 연결돼 있다는 점”이라며 “이로 인해 변동성이 금융 시스템 안에서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누구?
미국 헤지펀드 스키온자산운용(Scion Asset Management) 설립자. 2000년대 중반 미국 주택 시장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를 예측하고, 주택담보대출(CDO)에 대한 공매도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그의 투자 행보는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술주, 전기차, 패시브 투자, 암호화폐 등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이어오며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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