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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韓드라마 보다 걸리면? 집한채 값 뇌물 줘야 처형 면해

입력 | 2026-02-04 09:43: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일보DB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등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적발된 사람 중 뇌물을 줄 형편이 안 되는 빈곤층이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음악 등을 접하다가 적발되면 수년 간 노동 교화형에 처형까지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는 4일 탈북자 25명을 대상으로 개별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중 11명은 2019~2020년에 북한을 탈출했으며, 가장 최근 탈출한 사례는 2020년 6월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국경이 봉쇄되면서 탈북이 더욱 어려워졌다.

인터뷰에 응한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외국 매체를 금지하는 모호한 ‘문화’ 관련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대체로 재력과 연줄에 의해 좌우되는 자의적이고 부패한 체계 속에서 집행되고 있다”며 한국 TV 프로그램을 비밀 시청하는 현상이 북한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가택 수색과 구금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상시적 공포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일부는 어린 시절 ‘사상 교육’의 일환으로 공개처형을 강제로 목격해야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공포를 심어 ‘반공화국적’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공개 처형을 이어오고 있다. 대부분 총살형으로 진행되며, 주민들에게 참관 명령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사라 브룩스(Sarah Brooks)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지역 부국장은 “이 증언은 북한이 한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법(dystopian laws)’을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다만, 돈을 지불할 수 있다면 그마저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정보에 대한 접근을 범죄화하고, 처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로부터 당국자들이 이익을 챙기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는 억압에 부패가 덧씌워진 구조로, 그 피해는 재력과 연줄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심각하게 집중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서 한국 콘텐츠를 ‘인민의 혁명 의식을 마비시키는 썩은 사상’으로 규정하며, 이러한 가혹한 처벌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 법은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을 시청하거나 소지한 경우 5~15년의 강제노동을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대량의 콘텐츠를 유포하거나 집단 시청을 조직한 경우에는 사형을 포함한 중형을 내리도록 규정한다.

인터뷰에 응한 탈북자들은 이처럼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에서 한국 및 외국 콘텐츠를 접하는 일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는 대체로 중국에서 USB에 담겨 밀반입되며, 북한의 젊은 세대는 이를 ‘노트텔’이라 불리는 TV 수신 기능이 내장된 노트북 형태의 영상 재생 기기로 시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뇌물을 제공하면 극형은 피할 수 있다. 2019년에 탈북한 A 씨(39)는 “같은 행위로 잡혀도 처벌은 전적으로 돈에 달려 있다”며 “돈이 없는 사람들은 교화소에서 나오려고 5000달러(약 725만 원), 1만 달러(약 1451만 원)를 모으기 위해 집을 팔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2019년에 북한을 떠나기 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 세 차례 적발된 B 씨(28)는 가족이 당국자들과 연줄이 있어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며 “보통 고등학생들이 잡히면 가족이 돈이 있는 경우 그냥 경고만 받는다”며 “우리는 연줄이 있어서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B 씨는 여동생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친구 3명은 201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노동교화소에서 수년 형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가족은 뇌물을 낼 돈이 없었다. 또 여동생이 체포됐을 때 가족들이 동생을 석방시키기 위해 미화 9000달러(약 1306만 원)를 지불해야 했다고 전했다.

최 씨와 김 씨가 언급한 뇌물 액수인 5000~1만 달러는 대부분의 북한 가정에서 몇 년 치 소득에 해당하며, 최부유층을 제외하면 사실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북한의 ‘109상무’로 불리는 조직은 영장 없이 가택과 거리에서 가방과 휴대전화를 수색한다.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인터뷰 참여자 15명이 국제앰네스티에 109상무를 언급했는데, 이는 외국 매체에 대한 제한적 법률이 전국적이고 체계적으로 집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보안 당국자들이 외국 매체를 접하다 체포된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 탈북민은 109상무 요원들이 “강하게 처벌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윗선에 뇌물을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노동자들은 대놓고 보고, 당 간부는 당당하게 보고, 보위부원은 보이지 않게 보고, 안전원(보안원)은 안전하게 본다. 단속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누구나 다 본다는 걸 모두가 안다”며 해당 법 집행이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2020년 6월에 북한을 떠난 C 씨(32)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10년대 후반 ‘집중 단속’ 활동을 지시하기 시작하면서 당국자들이 가시적인 집행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고, 당시부터 부유하거나 연줄이 있는 가정도 뇌물의 효력이 이전만큼 보장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또 북한이 공개처형을 통해 사회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는 방식으로 복종을 강요한다고 증언했다. A 씨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외국 매체를 유포한 혐의를 받은 사람의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며 “당국이 모두 오라고 해서 신의주시에서 수만 명이 모여서 봤다. 당국은 우리를 세뇌하고 교육하기 위해 사람들을 처형한다”고 했다.

이들은 학교가 ‘사상 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공개처형 현장 참석을 조직적으로 강요했다고 말했다. 처형은 총살로 집행됐으며, 한 사례에서는 10명의 사격수가 사형수에게 약 30발을 발사했다고 한다. 또한 일부 사례에서는 처형 전에 사형수들이 말을 하지 못하도록 당국이 그들의 입에 무언가를 넣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2019년에 탈북한 D 씨(40)는 “우리가 16~17살 때, 당국이 우리를 처형장으로 데려가 전부 보여줬다”며 “사람들은 한국 매체를 시청하거나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형됐다. 이건 ‘네가 보면, 너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를 보여주기 위한 사상 교육”이라고 말했다.

사라 브룩스 부국장은 “북한 정부의 정보에 대한 공포는 사실상 주민 전체를 사상적 감옥에 가두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생각에 접근하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며 “공포와 부패 위에 세워진 이 지극히 자의적인 체계는 정의의 기본 원칙과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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