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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가 유엔총회서 밝힌 ‘END 대북구상’, 통일부 책자서 빠져

입력 | 2026-02-04 04:30:00

“北 끝장-종말 의미로 읽힌다는
원로-전문가 지적따라 표현 제외”
통일부 “대북정책 기조는 그대로”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책자 (통일부 제공)


정부가 3일 발간한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 안내 책자에 ‘엔드(E.N.D) 이니셔티브’ 표현이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끝’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 ‘엔드’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에 대한 원로·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 안내 책자를 정부 기관과 전국 주민센터, 초·중·고교 등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8·15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밝힌 대북정책 방향을 관계부처 및 전문가 검토를 거쳐 국민들이 알기 쉽게 31쪽 분량으로 정리한 책자다. 책자에는 이재명 정부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의 배경과 목표, 추진 전략, 중점 과제 등이 담겼다.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남북을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이자 함께 성장하는 경제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책 3대 목표로는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 한반도 공동성장 기반 구축,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이 담겼다. 세부 추진 전략으로는 ‘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의 포괄적 접근’이 소개됐다. 엔드 이니셔티브에 포함된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그대로 담긴 것. 다만 ‘엔드’라는 표현은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엔드 이니셔티브’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엔드 이니셔티브 구상이 발표된 뒤 진보 진영의 일부 원로 인사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열린 좌담회에서 “엔드 구상은 북한을 끝장낸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남북 간 실질적으로 필요한 건 엔드가 아니라 엔드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 신뢰 구축이 먼저”라고 밝혔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도 “엔드 구상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유럽 내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이 구상을 설명하니 북한 종말론으로 받아들이더라”며 “우리는 적대관계 종식을 의미하는 건데 북한이나 제3자가 들었을 때는 북한 체제 종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전문가와 원로들의 의견을 참고해 엔드 이니셔티브 표현을 제외했으나 대북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북한 종말 등으로 읽힐 수 있다는 외부 전문가와 원로들의 의견이 있었고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며 “정부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과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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