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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라이벌” 현대차와 도요타 [횡설수설/김재영]

입력 | 2026-02-03 23:19:00


“올해도 멋진 라이벌로 함께 달릴 수 있어 기쁘다.” 2일 동아일보 등 국내 주요 일간지에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의 레이싱카 옆에서 ‘엄지 척’을 한 사진이 담긴 광고가 실렸다. 도요다 회장은 “라이벌과 경쟁하며 느끼는 분함과 기쁨이 서로 더 좋은 차를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현대차를 치켜세웠다. 지난해 12월 도요타 레이싱팀이 ‘국제자동차연맹(FIA)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3관왕을 달성하자 현대차가 축하 광고를 낸 데 대한 답례 성격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자동차 업체는 2024년부터 모터스포츠를 매개로 우정을 쌓아 오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회장은 2024년 10월과 11월 경기 용인과 일본 도요타시에서 각각 열린 레이싱 대회에서 거푸 만나 공감대를 나눴다. 그해 현대 월드랠리팀이 WRC 드라이버 부문에서 우승하자 도요타가 일본 현지 광고로 응원과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고, 지난해 12월엔 현대차가 도요타의 우승을 축하하며 주거니 받거니 덕담을 이어갔다.

▷과거 현대차에 도요타는 ‘타도’, ‘추격’의 대상이었다. ‘도요타를 배우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전교 1등의 공부법을 따라 하듯 현대차의 마케팅 전략도 도요타를 빼다 박았다. 도요타는 1980년대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 품질조사 성적에 집중해 품질에서 인정을 받은 뒤 1990년대 브랜드 파워를 키워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출시했는데 20여 년 간격으로 현대차가 그 길을 따라갔다.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할 땐 “도요타가 했는데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반면 도요타는 현대차를 몇 수 아래로 봤다. 2004년 JD파워 품질 조사에서 쏘나타가 캠리를 이기자 “(개가 사람을 문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현대차에 진 것을 이례적 사건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1등 도요타를 무섭게 추격하는 3등으로 급성장하자 이젠 도요타가 현대차 배우기에 나설 정도가 됐다. 2024년 도요다 회장이 WRC 최종전에서 현대 레이싱팀에 대해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라고 했는데 단지 모터스포츠만 염두에 둔 말은 아니었다.

▷두 회사는 비슷한 점이 많다. 현대차는 3대째, 도요타는 4대째 가업을 이어가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까지 고른 라인업을 갖춘 회사도 전 세계에 둘뿐이다. 중국 차의 거센 공세에 맞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최근 두 회사가 서킷 위 경쟁을 넘어 수소,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손을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의의 라이벌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두 회사가 경쟁과 협력을 통해 미래 시장을 함께 선도하길 기대한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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