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서 송승문 전 4·3유족회장이 아버지의 유해를 살펴보고 있다. 2026.2.3/뉴스1
송승문 씨(76)가 말했다. 이날 송 씨는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났다. 다만 살아있는 아버지가 아니라 유해였다.
제주특별자치도와 4·3평화재단은 3일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4·3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 확인 보고회’를 열고 희생자 7명의 신원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도외 형무소로 이송된 뒤 행방불명된 희생자 5명과 도내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 2명이다.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유해 3구(김사림·양달효·강두남), 경산 코발트광산 발굴 유해 2구(임태훈·송두선), 제주공항 발굴 유해 2구(송태우·강인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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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씨의 아버지 태우 씨(당시 17세)는 결혼 1년여 만인 1949년 10월 트럭에 실려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공항)으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그의 유해는 2007년 제주공항 발굴 작업 과정에서 수습됐고 최근에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송 씨의 어머니(당시 18세)는 아버지가 끌려간 뒤인 1949년 6월 6일 귀순 주민들을 수용하던 제주 주정공장에서 송 씨를 낳았다. 할머니(당시 41세)도 작은아들(4세)과 함께 수용소에 갇혀 있었는데, 이름이 바뀌는 행정 착오로 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전주형무소로 보내져 10개월형을 살았다. 작은아들은 홍역을 앓다 숨지고 말았다.
가족의 비극을 알게 된 송 씨는 2019년 4·3희생자유족회장을 맡는 등 진상 규명 활동에 평생을 바쳤다. 송 씨는 “아직도 채혈하지 않은 유가족이 많다고 들었다”며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함께 유해를 확인한 송두선 씨(당시 29세)의 손자 강준호 씨는 “어머니(78)는 아버지가 아닌 외가 성씨를 사용하며 살아왔다”며 “할아버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아버지가 돌아왔으니 성을 다시 송 씨로 바꾸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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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