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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보호무역 직격탄 맞은 중소 수출기업… 무보·은행 역할 강화

입력 | 2026-02-03 15:07:56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장진욱 한국무역보험공사 중소중견사업본부 부사장(왼쪽)과 이정현 하나은행 외환사업단 상무가 수출금융 관련 대담을 나누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제공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기조와 고율 관세가 강화되면서 수출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발 관세 조정이 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수출 시장 전반에서 통관 기준과 관세 적용 범위가 불투명해졌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 협력사에는 관세 부담이 곧바로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수출기업들은 항상 다양한 변수와 마주한다. 자금 조달 어려움뿐 아니라 관세 인상이나 환율 변동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정부뿐 아니라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같은 기업 지원 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가 대외 협상과 함께 관세 협상을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정책 차원의 위험으로 관리하고 있다면, 무보는 관세로 거래 불이행 위험이 커진 수출 거래에 대해 보험과 보증으로 위험을 흡수한다. 은행권과 협력해 관세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운전자금 대출과 수출금융도 확대하고 있다. 수출 기반을 지키는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장진욱 무보 중소중견사업본부 부사장과 이정현 하나은행 외환사업단 상무를 만나 수출금융 확대 과정에서 무보와 금융기관의 역할 및 협업 방향을 들어봤다.

▽장진욱 부사장=무역보험공사는 기본적으로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우리나라 중소 수출기업들의 규모가 많이 커졌고, 그에 따라 운전자금 수요가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기존 금융 구조만으로는 이 수요를 다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무보와 은행이 수출금융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겠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하나은행이 출연 방식으로 참여를 해주면서 저희가 보증을 훨씬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출연을 기반으로 보증을 17배, 많게는 2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수출 계약은 있는데 자금이 부족해서 수출이 멈추거나 취소되는 상황만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게 출발점이었습니다.

▽이정현 상무=하나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오랜 민관 협력 파트너로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수출 구조가 원자재를 수입해서 국내에서 제조·조립을 하고 해외로 수출하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무보와 하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굉장히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하나은행은 2024년 무역보험공사가 도입한 수출패키지 우대금융에 참여 은행 중 최초로 400억 원을 출연해 지원 한도를 조기에 소진, 지난해에도 추가로 300억 원을 출연해 현재까지 총 1조200억 원 규모 금융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2025년에는 무역보험공사가 출시한 대·중소기업 상생 금융지원 사업인 ‘수출공급망 강화보증’에도 현대자동차와 함께 최초로 참여한 데 이어, HL만도와의 공동 참여를 통해 총 480억 원을 공동 출연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산업 협력사를 대상으로 총 7300억 원 규모 금융 지원 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올해는 조선 산업의 수출 공급망 강화를 위해 지난달 23일 HD현대중공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무역보험공사에 총 280억 원을 공동 출연함으로써 약 4000억 원 규모 금융 지원과 유동성 공급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수출기업 입장에선 무역보험공사와 하나은행 협업에 따른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보는 하나은행의 전국 610개 영업점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업망을 활용해 그동안 지원에서 소외됐던 수출기업을 발굴하고, 은행 출연기금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공급 여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공사의 보증지원을 바탕으로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 은행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해외 금융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보증료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보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과 수출 기회 창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장 부사장=수출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수혜는 충분한 유동성입니다. 하나은행 쪽에서는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있고, 무보에서도 보증료나 보험료를 20% 인하해 주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은행이 출연을 해주기 때문에 기금 손실 부담이 많이 완화됩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깁니다.

▽이 상무=은행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연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대출 여력이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우리 기업이 수출을 하는데 자금이 부족해서 수출이 멈추거나 계약이 취소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설계했습니다.

▽장 부사장=해외에 나가서 공장을 세우려면 시설자금이 필요합니다. 이건 중·장기 자금이고 보통 10년까지 갑니다. 이 부분은 무보가 중심이 됩니다. 그런데 공장을 세우고 나면 그 다음에 공장을 돌려야 합니다. 원자재를 사고, 인건비를 지급하고, 운영을 해야 하니까 운전자금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은행의 역할입니다. 보증서를 발급하는 단계에서 이미 기업에 대한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자금 용도나 한도 운용에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상무=글로벌 은행은 현지 조달 역할을 하고, 저희는 국내에서 유동성을 만들어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역할입니다. 하나은행은 해외 브랜치도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 시작해서 해외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패키지 우대금융 자체가 자금 용도, 한도, 비용 측면에서 굉장히 탄력적인 금융입니다.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올해도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금융 지원을 통해 수출기업 지원에 나선다. 무역보험공사는 글로벌 통상 위기 돌파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원 규모를 역대 최대치로 늘려 총 275조원의 무역보험을 공급할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공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109조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는 114조원으로 지원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무역보험공사의 중소기업 지원 실적은 2022년 77조원에서 2025년 109조원으로 증가하며 최근 4년간 뚜렷한 확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장 부사장=MASGA 프로젝트 등 대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금융 전용 보증과 보험을 확대해 현지 공장 설립, 인프라 구축,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해외 현지법인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운영자금 대출에 연계한 신용보증 상품을 신설하고, 현지 은행과의 협조 체계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예정입니다.

장진욱 한국무역보험공사 부사장. 


또한 공사가 보유한 방대한 해외기업 신용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해 우리 기업의 해외 바이어 발굴을 지원하는 플랫폼 서비스도 도입합니다. 국가별·산업별 바이어 신용등급, 거래 이력, 리스크 정보를 제공해 기업이 거래 가능성을 사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신흥 동반국 시장 진출과 수출선 다변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침입니다.

▽이 상무=올해에는 수출기업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해로 만들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우선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을 위해 지난해 선제적으로 출시한 1조5000억 원 규모 ‘관세극복도 하나로’ 특판대출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지속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생산적 금융이 신산업과 다양한 지역에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사업의 양적 확대와 함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해 산업 전반으로 확산을 도모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힘쓸 예정입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코트라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도 강화해 수출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과정에서 금융 접근성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유동성 공급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전략 수립과 시장 정보 제공 등 종합적인 컨설팅까지 연계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사와 금융사 역할도 중요해졌다. 지난해 10월 말 한-미 관세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현재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과 유럽연합(EU) 자동차에는 15% 관세가 유지되는 반면, 한국산 자동차에만 25% 관세가 적용될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관련 협력사들은 더욱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처지에 놓인다.
▽장 부사장=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 기조가 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이미 관세 리스크를 사전에 염두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합니다. 관세 인상은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거래 중단과 대금 미회수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험입니다.

무역보험공사는 이 같은 관세 리스크를 기업이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분담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우선 관세 영향으로 바이어의 지급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거래에 대해 단기수출보험을 통해 대금 미회수 위험을 보장하고, 중소기업에는 보험료 인하와 심사 간소화 등 우대 조건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관세 부담으로 자금 압박을 받는 기업에는 금융기관 대출에 대한 수출신용보증을 제공해 운전자금 확보를 지원합니다. 단순히 사고 발생 시 보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바이어 신용도와 국가별 통상 리스크 정보를 제공해 위험한 거래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기능입니다. 관세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통상 환경에서 무역보험공사는 수출기업이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금융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상무=당행 또한 정부 정책에 맞춰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방침을 마련해 뒀습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관세 부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무역보험공사 앞 300억 원 출연을 통해 현대차기아 협력업체 앞 6300억 원 규모 무보 보증부 대출을 계속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대외적인 기능 강화와 함께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방침에 부응하기 위한 내부적인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 적극 호응해 은행권과의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생산금융팀을 구성했다.
▽장 부사장=무보는 정부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국내 주요 9개 은행과 협약을 체결하고, 무역보험 보증과 은행의 특별출연금을 결합한 무역금융 공급을 확대해 왔습니다. 하나·신한·우리·국민·기업·농협·부산·iM·토스뱅크 등 시중·지방·국책·인터넷은행을 아우르는 금융기관이 참여해 현재까지 1794억 원 규모의 특별출연금을 조성했고, 이를 기반으로 약 2600개 기업에 2조200억 원 규모 무역금융을 공급했습니다. 향후 지원 규모는 4조 원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정부와 은행, 무역보험공사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협의체인 ‘은행나무포럼’을 통해 수출 무역금융 공급 확대와 수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 참여하면서 생산적 금융 전환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기대도 높아졌고, 산업별 금융 수요를 실시간으로 제도에 반영하는 논의가 이뤄지면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무역금융의 실효성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국내 은행과의 협업 접점을 더욱 확대해 우량 중소기업의 해외사업 수요를 공동으로 발굴하고, 무역보험공사가 보유한 해외사업 노하우와 경쟁력 있는 보증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은행이 해외 시장에서도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 상무=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와의 협력을 다각도로 확대합니다. 우선 수출패키지 우대금융과 수출공급망 강화보증 등 기존 협력 사업 범위를 넓히고, 신규 출연 사업을 발굴해 지역과 산업 전반에 걸친 수출 다변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 해외사업 수요가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무보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보증지원을 활용해 은행의 중·장기 해외금융 참여를 적극 확대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대내외 수출 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종별·지역별 맞춤형 동반 컨설팅을 제공해 기업들이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지만, 전반적으로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산업별로는 IT와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수요 회복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체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소재 산업군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출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환경 악화와 중국 경기 둔화, 중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산업별 성장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해외 생산 확대 추세 역시 수출 여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장 부사장=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일부 품목을 제외한 전통 주력 수출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위기를 겪고 있는 산업과 수출기업의 ‘버팀목’이자,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발판’이 되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우리 본부는 은행 및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생산적 상생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신흥 동반국 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하는 등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맞춰 중소·중견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기업, 금융, 정책기관이 이렇게 실질적인 협력을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보편적인 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정현 하나은행 외환사업단 상무.


▽이 상무=급변하는 글로벌 무역 환경으로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고환율·고물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중견기업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하나은행은 중소·중견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업종과 지역을 다변화해 생산적 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개별 기업의 특성과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금융 컨설팅을 제공하겠습니다. 또 공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민관 협력 체계를 활용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수출기업의 성장과 도약을 함께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금융은 원팀입니다. 하나은행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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