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 추진 근로자성 판단 기준-노동 선호의 충돌 등 우려 보호 확대, 일자리 축소 낳는 역설 경계해야 노사정, ‘한국형 유연안정성’ 방향 모색 필요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정책의 취지는 명확하다.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제의 확산으로 고용관계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법적 보호 밖에 놓인 ‘회색지대’ 노동이 급증했다. 최대 87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이 ‘무늬만 프리랜서’라는 굴레 아래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문제는 입법의 속도와 방향이다. 근로자성 추정제는 경계가 모호한 노동 형태에 대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한다. 이는 단순한 보호 확대를 넘어 근로자성 판단 기준의 불확실성, 비용 부담의 이동, 노동 선호의 충돌이라는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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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보호 확대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는 역설을 경계해야 한다. 근로자성 인정은 최저임금, 퇴직금, 4대 보험 등 비용 부담 증가를 동반한다. 그 부담은 소비자 가격이나 플랫폼 수수료로 전가될 수 있고, 결국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불 여력이 낮은 영세 업체나 스타트업은 고용을 줄이거나 사업을 축소할 유인이 커진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법이 오히려 취약한 일자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셋째, 노동자 내부의 다양한 선호를 존중해야 한다. 모든 종사자가 근로자 지위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유연한 시간 운용을 선호하는 부업 종사자나 학생, 자율성을 기반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전업 종사자에게 획일적인 근로자 지위는 오히려 제약이 될 수 있다. 근로시간 규율이 강화되거나 겸업 제한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면 이들은 보호를 받는 대신 선택권을 잃었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이번 입법에 비판적인 이유에도 주목해야 한다. 양대 노총은 이번 입법 추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를 근본적으로 손대지 않은 채, 분쟁 단계의 제한적 추정에 머문다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경영계는 ‘근로자가 아님’의 입증 책임 이동이 근로자성 분쟁을 늘리고, 법적 리스크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판의 방향은 다르지만, 준비 없는 속도전이 혼란을 키울 것이라는 경고만큼은 일치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지위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보호’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안전과 건강권, 공정한 계약 조건과 절차, 보수 지급의 투명성 등은 노동자든 자영업자든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대 변화에 발맞춘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강조하는 보편적 권리 보장과 지위 중립적 보호의 흐름을 따르되, 한국의 특수성과 종사자들의 다양한 선호, 영세 사업장의 수용성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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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의 사각지대 해소라는 명분은 옳다. 그러나 그 해법은 노동절이라는 상징적 날짜에 쫓긴 입법이 아니라,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거친 제도 개선이어야 한다. 서두른 입법이 정작 보호하려던 이들에게 또 다른 소외와 부담으로 되돌아와서는 안 된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