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3% 봉쇄조항’ 위헌 결정 “새 정치세력 원내 진입 차단하고 있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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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득표율이 ‘3% 미만’이면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하지 않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9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현재 우리나라에 확고히 자리 잡은 양당체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치적 다양성과 개방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28년 치러질 23대 총선부터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더 활발해 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해당 조항에 위헌 의견을 내 이같이 결정했다. 헌재는 “군소정당이라 하더라도 그 수가 많지 않고, 사회공동체에서 필요로 하는 국민적 합의의 도출을 방해하거나 의회의 안정적 기능을 저해시키는 정도가 아니라면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례대표 의석 배분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일찍이 거대양당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으며 이러한 경향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는 심판대상 조항이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해 의회가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보다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고 거대정당의 세력만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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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국회의원 선거 제도는 이미 거대정당에 유리하고 사실상 군소정당 소속 후보자의 의회 진출이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거대양당들은 위성정당을 창당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얻고 있는바 그만큼 군소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작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공직선거법은 저지조항까지 둠으로써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에 이중적 장벽을 설정하고 있는 셈”이라고도 했다.
헌재는 “우리 정당법은 정당 설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직을 규정하여, 이미 신생정당이나 군소정당에 대한 진입장벽을 세우고 있으므로 저지조항(沮止條項)을 둘 필요성이 크지 않다”면서 “유권자로 하여금 저지선을 넘지 못하리라 예상하는 소수정당에 투표를 기피하도록 유도하여 소수정당이 원내 진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과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헌재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5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고 정한 같은 항 2호도 위헌으로 결정했다.
반대 의견을 밝힌 정형식, 조한창 등 재판관 2명은 “오늘날 극단주의 세력이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로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자극함으로써 중도정당보다 빠르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바, 극소수의 지지만을 받고 있는 극단주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그 활동이 크게 고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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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앞서 2020년 7월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 제1호가 소수정당의 정치적 진출을 봉쇄하고 유권자의 진정한 의사를 왜곡한다며 헌법 소원을 냈다.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