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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새샘]치솟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주택 공급 속도전 필요하다

입력 | 2026-01-28 23:09:00

이새샘 산업2부 차장


얼마 전 만난 한 맞벌이 예비 신혼부부는 두 사람 각각의 직장에서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연고도 없는 낯선 지역에 신혼집을 구했다고 했다. 부모님 도움을 받을지, 100만 원 가까이 월세를 낼지 고민하던 끝에 결국 지하철로 출퇴근하기 편한 지역으로 반경을 조금씩 넓혀 가며 찾은 것이 지금 전셋집이었다. 이 부부는 “그나마 일찍 구해 돈을 아꼈다. 지금은 같은 매물 보증금이 2000만 원 이상 더 올랐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 월간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연간 3.77% 올랐다. 매매가격은 9% 가까이 올랐으니,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것처럼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월세 통계를 보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는 3.94% 올랐는데, 이는 월세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의 절반 정도는 월세 거래이니,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이 크게 올랐을 거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월세 매물 자체도 부족하다. 28일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1년 전과 비교해 12.4% 감소했다. 전세만 따로 보면 25.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주택 공급이 부족한 서울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까지 지정되며 전월세 매물이 더욱 줄었다고 지적한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매매가 사실상 안 되니 집주인들은 새 세입자를 구하지 않고 기존 세입자의 계약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기존 세입자들도 전월세가 오르고 대출은 어려워진 상황에 굳이 이사 가기보다는 살던 집에 그대로 머무른다. 처음 독립해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지금의 전월세 시장에서 가장 갈 곳 없는 신세라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앞으로도 주거 여건이 좋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일수록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도록 묶어 두는 효과를 낼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산 가치에 따라 적정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보유세를 높이면 집주인들이 이를 세입자에게 월세로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매매가격이 오른 만큼 전세 가격이 따라 오를 여지도 크다.

그렇기에 주택 공급을 통해 세입자들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전월세는 실수요 시장이기 때문에 공급만 충분하면 가격 오름세를 충분히 진정시킬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9·7 공급 대책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방법론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안 대다수가 대책 발표 5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여야 갈등이나 이견으로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공급 대책의 핵심이라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안은 아직 발표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전월세가 오르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청년층과 서민들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국민을 위해 ‘주택 공급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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