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 후 환담장에서 드럼 합주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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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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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는 원래 상대가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겠다는 신뢰의 표시로 시작됐다. 중세 시대 오른손을 내밀어 서로의 손을 맞잡는 행위는 “당신을 해칠 의도가 없다”라는 가장 원초적인 신호였다. 외교의 역사에서 악수가 기본 문법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악수가 모든 상황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정상 간 악수 뒤에 냉랭한 회담이 이어지는 일도 흔하다. 그럼에도 정상 간 악수는 늘 사진기자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장면이다. 만남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악수처럼, 오랜 기간 적대 관계에 있던 두 국가 정상의 악수는 극적인 화해와 분위기 전환을 상징하곤 했다. 이후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서 공동합의문의 의미는 퇴색됐지만, 그 강렬한 이미지는 국민의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 기존의 악수 장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셀카를 남겼다. 해당 기기는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한중 회담에서 시 주석이 선물한 것이었다. 촬영은 만찬 후 이동 중 이 대통령의 즉석 제안으로 이뤄졌다. 다만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샤오미 폰을 사전에 한국에서 개통해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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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상 간 친교를 강조하는 퍼포먼스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3년 방한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 뜰에서 함께 조깅을 했다. 운동복 차림으로 땀을 흘리며 달리는 두 정상의 모습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줬다.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옆에 태우고 직접 골프 카트를 운전했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국가 간에 존재하는 갈등과 경쟁의 관계를 완충시키는 역할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셀카와 드럼 퍼포먼스는 한층 더 사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다. 조깅이나 운전이 동맹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면, 셀카와 드럼은 정상 개인 간의 취향을 전면에 내세운다. 외교가 국가 대 국가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간 셈이다. 좁은 화각의 셀카 속에서 두 정상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드럼 합주에서는 언어의 장벽 없이 리듬으로 호흡을 맞춘다. 이런 장면들은 숏폼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 잘 어울렸다. 요즘 대중은 긴 공동발표문보다 15초짜리 릴스나 쇼츠로 반응한다. 실제로 두 정상의 퍼포먼스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이 같은 장면을 참모진이 기획했더라도 실행 여부는 최종 결정권자의 몫이다. 이 대통령은 중국산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일이나 익숙하지 않은 드럼 연주까지 외교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외교의 이미지는 여전히 악수에 머물렀을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정책 합의나 구체적인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파격 역시 한중 관계의 실질적 개선과 한일 과거사 문제를 해결할 때 비로소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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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 사진부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