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과 뇌종양의 상관관계 뇌전증은 뇌종양 초기 증상 가능성… 환자 30∼50% 뇌전증 발작 경험 뇌종양 진단 뒤 뇌전증 일으키기도… 뇌전증 지속적 모니터링 중요해도 그간 진단 어려워 조기 치료 못해… 기술 발전에 뇌종양 치료에도 희망
뇌종양(교모세포종)을 앓는 환자의 뇌 MRI 사진(왼쪽)과 뇌종양(교모세포증) 환자의 종양을 제거한 후 뇌 MRI 사진(오른쪽). 동아일보 DB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양성 뇌종양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경계가 뚜렷한 반면, 악성 뇌종양은 빠르게 자라며 주변 조직으로 침투한다. 교모세포종은 뇌에서 생기는 원발성 악성 종양 중 가장 흔하면서도 악성도가 높다. 증상은 종양이 자리 잡은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 언어장애, 운동 마비, 감각 이상, 보행장애,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경련, 의식장애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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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은 기본적으로 뇌 조직 안에서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으로 생긴 종양이다. 그 자체로 뇌를 압박하거나 주위 조직을 자극해 뇌전증(간질)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뇌종양 증상의 상당 부분은 뇌전증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뇌종양 환자 가운데 뇌전증 발작을 경험하는 비율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 악성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약 30∼50%로 보고된다. 다만 지금까지는 뇌전증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실제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가능성도 있다. 전신 경련 같은 발작이 없더라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10분 동안 기억이 끊긴 경험이 있다면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발작일 수 있다.
뇌전증은 뇌종양 진단 전과 후, 그리고 치료 이후까지 각각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첫째, 뇌전증은 뇌종양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뇌전증 증상에 대한 확인이 뇌종양을 조기에 진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뇌전증이 의심된다면 종양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 뇌종양이 발견됐다면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는 양성 종양이라 하더라도 뇌전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 종양 자체가 양성이어서 당장 생명의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크기가 커질 경우 그로 인한 뇌 조직 압박은 뇌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뇌전증은 뇌 기능을 다양하게 마비시킬 수 있는 질환이어서 뇌종양보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따라서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면 뇌전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셋째, 뇌종양을 수술로 제거한 후에도 뇌조직 손상으로 인한 뇌전증 위험은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뇌전증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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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변화는 우리의 삶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또 그러한 변화는 기술을 통해 현실이 된다. 뇌전증은 지금까지 아주 극소수의 전문의와 전문시설을 통해서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었다. 이처럼 까다로운 질환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왔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그런 진단과 치료를 훨씬 수월하게 만드는 길을 터 주었다. 아주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 전에 미리 발견하고 치료하며 관리할 수 있는 세상은 우리 모두를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극 중 해인은 새로운 실험적 치료에 성공하지만, 현실에선 아직 그런 치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실제 뇌종양 환자들이 자신이 겪는 증상이 뇌전증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뇌종양을 더 일찍 발견해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뇌전증의 진행을 막아 기억력 소실과 같은 증상을 줄이며 훨씬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