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美대법 판결 전 투자매듭 의도…한국 본보기로 우방국 경고” “압박 후 번복 잦은 트럼프 스타일…법안 처리 시 관세 철회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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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승인 지연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한국산 자동차와 상호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실질적인 투자 집행을 위한 국내 입법 절차 지연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성 판단을 앞두고 조급해진 상황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법안 지연으로 차질을 빚는 상황을 실무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신속한 대미 투자 이행 압박…상호관세 위법 판결 전 매듭 의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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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상호관세에 대한 미연방법원의 판단이 늦어도 다음 달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국회의 입법을 통해 무역 합의사항을 매듭지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성 판단을 앞두고 조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법 제정을 압박함으로써, 자국민에게 한미 무역 합의와 대미 투자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한국을 특정해 압박함으로써, 이미 무역 합의를 체결한 다른 주요국들에도 대미 투자 이행을 서두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한국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을 문제 삼았지만, 한국을 압박함으로써 EU 등 유사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에도 신속한 대미 투자를 촉구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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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트럼프식 ‘협상의 딜’…“수용 가능한 부분 들어주며 협상”
‘선 압박 후 협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번 상황을 타개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승인 지연’이라는 표현이 명확히 등장한다”며 “이는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승인이 이뤄질 경우 25% 관세 인상 결정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구체적인 부과 시점을 제시하지 않은 채 SNS를 통해 경고성 메시지를 낸 점을 보면, 당장의 관세 인상보다는 국회 승인을 압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최근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예고했던 관세를 철회한 전례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요구가 관철되면 입장을 바꿔온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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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 수석연구원도 “SNS 메시지 외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이 모두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상대국을 강하게 압박한 뒤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결정을 번복해 왔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에 따라 충분히 관리 가능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6일 발의한 대미투자특별법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위한 기금 조성과 이를 관리할 공사 설립, 투자 안전장치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을 기준으로 관세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미국 정부는 지난달 초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지난해 11월 1일 자로 15%로 인하했다.
다만 합의문에는 ‘법안 제출’만 명시돼 있을 뿐, 통과 시한이나 지연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대미 투자 절차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국 내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 표출로 해석된다.
앞서 한미는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약 50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집행하는 무역 합의에 서명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27일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주재로 대미 통상 현안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캐나다 출장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29일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 이번 조치의 배경과 미국 측 입장을 파악할 예정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을 위해 출국할 계획이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