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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아껴 모은 292만원…쪽방 주민들이 보여준 ‘나눔의 역설’

입력 | 2026-01-27 14:49:47

인천내일을여는집(인천쪽방상담소) 관계자와 쪽방주민 대표 등이 모금함을 개봉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경기 침체로 가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생활비를 아끼고 폐지와 고철을 팔아 모은 돈을 기부한 이웃들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쪽방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내놓으며, ‘가진 것이 많아야 나눌 수 있다’는 통념을 뒤집는 이른바 ‘나눔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7일 인천내일을여는집(인천쪽방상담소) 소속 쪽방 주민과 무료급식소·노숙인쉼터 이용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 292만 6240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성금 전달식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렸으며, 이준모 인천내일을여는집 이사장과 쪽방 주민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번 성금은 인천내일을여는집이 2008년부터 이어온 자체 모금 활동으로 마련됐다. 쪽방 주민과 쉼터 이용자들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생활비를 아끼거나, 폐지·고철을 팔고 볼펜 조립 등 소소한 부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매년 정성껏 모아왔다.

● “우리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히 올해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역대 최고 모금액을 기록했다. 2008년 첫 기부 이후 18년간 누적된 성금은 3024만 원을 넘어섰다.

18년째 기부에 참여해온 쪽방 주민 대표 권영자 씨는 “몸이 불편한데도 1년 동안 폐지를 주워 모은 돈을 기부하신 분들도 있다”며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아왔기에, 미약하지만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금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큰 기쁨이고, 이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준모 이사장은 “단순히 도움을 받는 수혜자가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부심이 이 나눔을 18년 동안 이어오게 한 힘”이라고 말했다.

● 18년 이어진 ‘현장형 복지’의 기록

이성도 사랑의열매 모금사업본부장은 “생계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웃을 먼저 떠올린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깊은 울림을 준다”며 “이 소중한 성금이 꼭 필요한 곳에 온전히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내일을여는집은 1998년 실직자 가정과 노숙인을 돕기 위해 해인교회에서 설립된 후, 무료급식과 쪽방상담소 운영 등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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