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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반찬에서 ‘검은 반도체’로…백화점도 뛰어든 ‘프리미엄 김’ 시장

입력 | 2026-01-27 16:58:00


19일 오전 11시 전남 진도군 수품항 수협 위판장.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매가 시작되자 부두를 따라 늘어선 15t급 배 50여척 사이로 중매인과 공장주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배마다 양식장에서 갓 수확한 물김이 120~150㎏짜리 망에 켜켜이 쌓여 있었고, 사람들은 김을 한 움큼 집어 손으로 비벼보며 이물 여부와 질감을 확인했다. 함께 김을 살피던 표승완 롯데백화점 수산 담당 치프바이어는 “프리미엄 김의 품질은 원초 단계에서 갈린다”며 “설 선물세트 기획을 위해 직접 위판장에 나와 원초 선별 작업에 참여한 이유”라고 했다.

낙찰된 물김은 오후 3~4시쯤 전남 목포에 있는 만전식품 공장으로 옮겨진다. 해수를 순환시키는 전처리 작업을 거친 뒤 두 차례의 이물 선별 작업과 절단, 숙성 과정을 거쳐 40도 온도에서 약 두 시간 건조되면 장당 2.8g의 마른김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은 백화점 유통 채널을 통해 프리미엄 김 제품으로 판매된다. 고대준 만전식품 상무는 “김 수요가 늘면서 백화점에서 프리미엄 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고품질 원초 확보에 이전보다 더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 반찬의 대명사였던 김이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K푸드 대표 수출 품목으로 떠오르자, 백화점도 프리미엄 김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자체 기획한 고가의 김 선물 세트를 잇달아 선보이며 고급 김 수요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을 맞아 자사 식료품 브랜드 ‘레피세리(L’Epicerie)’에서 프리미엄 김 선물세트 2종을 출시했다. 롯데백화점이 단순 매입 방식을 넘어 김 상품 기획부터 원초 선별 과정까지 관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품은 전통 김 제조사 ‘만전식품’과 협업해 11월 전후 딱 20일만 수확되는 ‘곱창돌김’으로 구성했다. 돼지 곱창처럼 구불구불한 형태의 곱창돌김은 일반 김보다 비린내가 적고 단맛과 식감이 뛰어난 원초로 꼽힌다. 가격은 1호 12만 원, 2호 8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통상 5만 원대인 일반 김 선물세트보다 가격을 높여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백화점이 김 상품 기획 전반을 주도한 배경에는 최근 높아진 K-김의 인기가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김 수출액은 지난해 11억3000만 달러(1조6339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1년 6억9300만 달러(약 1조23억 원)에서 4년 만에 수출 규모가 60%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말 K푸드 수출 상위 품목 중 유일하게 미국 시장에서 관세 면제 혜택을 받으면서 김 수출 여건은 더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백화점에서도 외국인 김 매출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김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30% 늘었고,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은 2021년 3% 수준에서 지난해 30%까지 확대됐다. 취급하는 김 상품 수도 2020년 94종에서 지난해 122종으로 늘었다. 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소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수산물 유통종합정보시스템(aT KAMIS)에 따르면 마른김(10장) 소매 가격은 2022년 1월 평균 916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26일 기준 1555원으로 약 70% 상승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김이 대표 수출 품목으로 떠오른 데다 가격까지 오르면서, 대중적인 김 시장과 별개로 프리미엄 김 시장이 따로 생겨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도·목포=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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