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동계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정혜선(31·강원도청). (대한루지경기연맹 제공)
광고 로드중
썰매에 누워 얼음 트랙을 내려오는 루지는 빙판 위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린다. 최고 속도가 시속 154km에 달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두 다리를 뻗은 채 발끝으로 썰매 날 앞부분을 조종해야 한다. 전방의 트랙을 보는 게 쉽지 않아 적지 않은 선수들이 두려움을 느낀다. 세계 최초로 올림픽 썰매 3종목(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에 모두 출전했던 ‘한국 썰매 개척자’ 강광배 한국체육대 교수(54)는 “루지가 제일 무서웠다”고 말한 바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루지 여자 1인승 국가대표 정혜선(31)은 최근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썰매에 누워서 발을 살짝 들면 엄지발가락만 조금 보인다. 경기 중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들지 않고 좌우를 살피면서 썰매가 트랙 벽에 닿지 않게 거리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제한된 시야와 빠른 속도 때문에 루지는 부상 위험이 크다. 2014년 루지에 입문한 정혜선도 2017년 전지훈련 도중 오른팔과 쇄골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6년 뒤엔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왼쪽 어깨가 탈구됐다. 정혜선은 “과거에 사고가 났던 트랙에 오를 때는 아직도 긴장되고 떨린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루지는 썰매 종목 중 유일하게 1000분의 1초까지 따져 순위를 가린다. 미세한 차이로 경기 결과가 달라지는 데다 날이 얇은 썰매가 탑승자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방향 전환 시 몸 전체를 정교하게 활용해야 한다. 올림픽을 앞둔 정혜선의 목표는 커브 구간에서 몸의 반응 속도를 높여 ‘톱10’에 진입하는 것이다.
최근 독일 오버호프에서 열린 국제루지연맹(FIL) 월드컵에 참가한 뒤 오스트리아로 이동한 정혜선은 31일 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로 향한다. 내달 2일부터는 올림픽 트랙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루지 여자 1인승 1차 시기는 내달 10일 코르티나담페초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다. 정혜선은 “다른 선수들이 올림픽 트랙을 타는 영상을 봤다. 평창 슬라이딩센터와 비슷한 점이 많아 잘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혜선은 6년째 사용 중인 썰매의 앞쪽에 메모지 한 장을 붙였다. 썰매에 누웠을 때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부착된 메모지엔 ‘어제보다 1%만 나아지자’라고 적혀 있다. 정혜선은 “내게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 매일 조금씩 발전해 올림픽에서 100%가 된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