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세 15%→25% 기습 발표, 왜? 美대법 판결-11월 중간 선거 앞두고 관세 지렛대로 압박…경제 성과 노림수 민간인 사살-지지율 하락 위기 탈출용도 쿠팡제재-디지털 규제 불만 표출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이재명 대통령.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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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내내 관세 위협을 외교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접근 방식에 우려를 제기해 왔으며, 현재 미국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관세 정책의 타당성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영국 가디언)
”트럼프는 이전에도 다른 관세 인상을 위협한 적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연기하거나 실행하지 않은 적도 있다.“(로이터 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예고 없이 한국에 대한 관세율 상향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미 투자 진척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관세 협상이 끝난 국가의 관세를 다시 인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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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 “상호주의 관세 인하 합의 뒤집은 것 처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주의’ 관세 인하 합의를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함에 따라 이미 무역 협상을 완료한 국가들도 긴장하고 있다고 파장을 전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국가들이 관세 협정의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는다고 불평해 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의 협상을 두고 “다소 느리다”고 비난했다.
가디언은 이번 소식을 전하며 한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대미 수출의 27%를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현대차 등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상황도 전했다. 현대차 주가는 27일 오전 전날 종가 대비 4.8% 내린 46만9000원까지 하락한 뒤 오전 11시 53분 기준 49만 원으로 회복했다.
영국 BBC도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외교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를 자주 활용했다”면서 “토요일에는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1970년대 국제경제비상권한법은 현재 미국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률을 이용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통령 권한인지를 판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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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미 투자 늦어지자… 트럼프 조급했나
일각에서는 미국 대법원이 관세 판결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를 못 박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 원상 복구를 발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를 지렛대로 대미 투자를 확정 짓겠다는 의미다. 자칫 대법원이 트럼프가 부과한 각국 관세를 대통령 권한 밖으로 판단해 무효로 돌릴 경우, 관세 협상과 관련된 대미 투자 역시 불확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달 초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로이터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불확실해 (한국의 대미 투자가) 시행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재조명했다. 당시 구 부총리는 강달러와 원화 약세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3500억 달러 투자가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실행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는 구 부총리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uncertainty over an expected U.S.court rulingon Trump‘s tariffs could affect the process)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마치 한국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미국 투자 시점을 ‘간 보는’ 것처럼 보이게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판결 전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확정 지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자기 ‘관세 원상복구’ 카드를 꺼내 들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환율 때문에 올해 약속한 2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지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구 부총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를 지연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투자 프로젝트 선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올해 상반기에는 투자 집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9/뉴스1
● ”美 국내 정치용-쿠팡 관련“ 추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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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등 디지털 규제와 최근 쿠팡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온플법에 대해서도 미국의 빅테크를 겨냥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관세 번복만 30번 넘어…“트럼프가 또 타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한 지난해부터 ‘관세 위협→협상→재위협→재협상’ 등의 과정을 반복했다. 특히 관세 부과를 엄포 놓고 이후에 이를 철회하거나 번복할 땐 ‘트럼프가 또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도망간다)했다’라는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0일간 유예한 상호관세 발효 시점(7월 9일)을 8월 1일로 다시 미뤘을 때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27번째 번복’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타코’ 사례는 그린란드 관련 유럽 관세 철회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그린란드에 소규모 병력을 파병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에 대해 2월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에는 이를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비협조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그는 4일 뒤 그린란드 관련 미래 합의의 영구적인 틀을 마련했다며 유럽의 관세 부과를 철회했다.
이외에도 중국을 상대로 지난해 4월 145%까지 관세를 올리고, 그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갖고 관세 인하에 합의한 뒤 관세와 관련한 행정명령 3건을 조정·철회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유럽연합(EU)을 상대로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으나 이틀 만에 관세 시행일을 유예했다.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