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주립 순찰대 소속 경찰이 진압장비를 착용하고 집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충남 천안 면 단위 마을에 친지가 살고 있어서 종종 내려가는데, 가끔 장 보려고 번화가 마트로 나가면 생각보다 외국인이 많이 보여 깜짝 놀란다. 인근 공장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여기가 외국인가, 한국인가’ 헷갈릴 정도로 외국인이 더 많이 보일 때도 있다. 마트에도 외국인들을 위한 식품, 잡화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최근 천안시 인구 통계에 따르면 시내 거주 외국인 수는 4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6% 정도라고 한다. 흔히 전체 인구의 5% 이상이 외국인이면 다문화 사회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천안은 이민청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지역 중 한 곳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천안출장소를 방문해 종합민원실을 둘러보고 있다. 천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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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청은 본래 법무부 산하의 ‘출입국·외국인본부’가 수행하던 업무를 ‘청(Agency)’으로 격상시켜 늘어나는 외국인들을 관리함은 물론 저출산 시대, 이민을 적극 유치하고자 고안된 기관이다. 단순히 국경을 넘는 사람을 감시하는(출입국)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외국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사회 통합을 이끌겠다는(이민관리) 국가적 의지를 담았다.
실제 2024년 발의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흩어진 외국인 정책을 이민청이라는 하나의 ‘컨트롤 타워’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비자 발급부터 고용 관리, 다문화 가족 지원, 나아가 난민 정책까지 한곳에서 들여다보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화답하듯이 외국인 비율이 높은 안산, 김포, 천안 등 10여 개 지자체가 사활을 건 유치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계엄 전후로 창설 이야기는 멈춰버렸다. 모든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지금까지 2년째 떠오르지 않고 있다.
5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학생회관 식당에서 열린 ‘제5회 사랑의 떡국 나눔 행사’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떡국에 쓰일 가래떡을 썰고 있다. 경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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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외국인 이민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과거에는 단순노동 위주의 외국인 근로자들만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면 최근엔 K컬처의 인기로 한국의 문화·경제적 위상이 오르면서 고학력을 보유한 고급 인재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만 해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매년 발표하는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0만 명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대학 재적학생이 약 300만 명이니 100명 중 7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동대문구 등 대학 밀집 지역에선 ‘외국인 유학생 때문에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렇게 외국인 유입이 늘고 그 양상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흐름을 큰 그림에서 보고 정책을 만들거나 조율할 담당 기관이 꼭 필요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인구 감소와 생산가능인구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미래이기에 이민자를 늘리는 건 국가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산업 AI 엑스포’에서 한 스타트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 AI가 대체? 기술적·비용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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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출생아 수가 소폭 늘었을 뿐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0.8명대 전후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더욱이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늘어 1.0명을 넘어선다고 해도 인구는 감소할 것이다. 부모 두 명이 만나 한 명만 낳는다면 매 세대 인구 절반이 증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1년 이미 사망이 출생을 앞서는 ‘데드크로스’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72년 한국의 인구는 3622만 명까지 쪼그라들 전망이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더 많이 줄어들 것이다.
AI가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책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무직의 업무 효율은 높일 수 있으나 돌봄 서비스, 농어촌의 수확, 건설 현장의 인력 같은 노동을 완벽히 대체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 피지컬 AI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지만 복잡하게 뒤얽힌 건설 현장의 배근 작업을 로봇과 AI가 사람만큼 정교하고 저렴하게 수행하는 덴 기술적·비용적 한계가 있다.
인구 감소로 소비의 주체인 ‘사람’이 줄어드는 내수 시장의 붕괴도 AI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위대가 전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권자 알렉스 프레티가 사망한 것에 항의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민청 설립 논의는 2024년 당시 법안 발의를 넘어 구체적인 조직 설계안까지 도출된 상태였다. 법무부는 이민청 설립 전담팀을 구성해 인력 규모와 예산안 검토를 마쳤고, 국회에서도 여야의 공감 속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지자체들도 전담 부서까지 신설했다.
물론 우리에게 중요한 건 단순히 ‘청’ 하나를 만드는 일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구전략기획부, 이민청 같은 부처를 신설하기보다 국무총리실 직속이 될 인구위기대응위원회(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강화하거나 기존 부처의 기능을 조정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듯하다. 그러나 법무부(비자), 고용부(노동), 여가부(가족), 교육부(유학생)로 파편화된 행정을 하나로 묶어줄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는 분명 필요하다. 지난달 법무부가 지역체류지원과와 동포체류통합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부처 내 쪼개진 과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미국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보여주는 혼란은 이민 유입 단계부터 정교한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나중에 어떤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정치가 멈춰 서 있는 동안에도 천안의 마트 풍경은 매일 조금씩 더 낯설게 변해갈 것이다. 정부가 이민 정책에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최소한 그 계획이나 방향성이라도 제시되길 바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