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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정원수]‘9.99 대통령’과 너무 다른 ‘與 검찰개혁 조급증’

입력 | 2026-01-22 23:18:00

반대 목소리는 검찰 편이라며 ‘마녀사냥’
與 법사위, 상식-합리-논리적이지 않아
매년 못 바꾸는 형사사법제도 부작용 없게
조문 하나하나를 숙의하고, 또 숙의할 때



정원수 부국장


스스로 대통령의 친구이자 동료라고 말하고, ‘이재명에 관하여’라는 책을 펴낸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 대통령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결정을 해야 되는 데드라인 10에 결정을 내린다면 9.99까지 씁니다.” 김 총리는 “풀로 마지막까지 쓴다는 것의 의미는 마지막까지 판단을 열어놓는다는 뜻”이라며 “어느 정도 직감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 그걸 변경시킬 수 있고”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리더십의 가장 핵심적 내용이 ‘9.99’라는 점이고, 그것을 같이 일했던 상당수가 인정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인 이전에 법률가다. 법률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바로 ‘마지막 1분까지 질문하는 것’이다. 자신이 내린 결론이나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확신을 일단 유보하고, 양쪽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 숙의 또 숙의하는 것이다. 1과 10의 내용이 결과적으로 같다면 다 정해놓고 경청의 모양새만 갖춘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거꾸로 둘의 내용이 180도 다르다면 일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요 결정에 앞서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치인은 성공할 확률이 더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최근 여당에 숙의를 강조했다. “당에서 충분한 숙의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검찰청을 폐지해 간판을 공소청으로 바꾸고, 검찰 대신 중요 수사를 담당할 중수청을 신설하는 입법은 애초 여당 주도의 의원 입법으로 추진됐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통령실이 “공소청과 중수청 신설과 같은 업무 절차는 행정의 영역”이라며 정부 입법으로 바꿨다. 4개월 새 두 번 여당에 제동을 건 셈이다.

‘대통령이 여당의 검찰개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라는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전언은 사실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어떤 점 때문일까.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 수사권을 주는 것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이 공격당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얼마 전 “국민의 인권을 위해 보완 수사권이 필요하다”라고 발언한 검사 출신 의원에게 좌표가 찍혔고, 그 의원은 결국 “저는 저의 견해를 고집하지는 않겠다”라고 했다. 소수의견이 없다면 레드팀을 지정해서라도 반대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다른 목소리가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다.

정부 법안에 대한 여당의 평가가 상식적, 합리적, 논리적이지도 않다. 정부 입법을 담당했던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12일 법안을 공개하기 며칠 전에 여당 지도부와 여당 법사위에 각각 사전 설명을 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은 법안이다” “빨리 처리하자”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수청 설치법의 내용이 검사 출신 봉욱 민정수석의 의견이라는 출처 불명의 문건이 공개되면서 여당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여당 법사위원은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고함을 쳤고, 야당 의원이 “장관님을 잡아먹으려고 하네”라며 팔짱을 끼고 비웃을 정도였다. 추진단의 구성, 논의 과정, 그 결과가 비밀 해제된 것도 아닌데 여당의 평가가 갑자기 달라진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중수청과 공소청 설립 법안의 내용과 조문 제정 이유서를 모두 합치면 98쪽이다. 이 내용을 보면 ‘중수청 설립은 옛 대검 중수부의 청 승격’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과거 경찰과 검찰이 상하관계였던 때 경찰이 했다가 지금은 사라진 수사 개시 통보를 중수청 수사관은 공소청 검사에게 해야 한다. 법원에 직접 영장을 신청할 수 없어 공소청 검사의 영장 통제를 받는다. 행안부 장관의 수사지휘권도 있다. 수사 종결인 기소 여부는 공소청이 결정한다.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밀행 수사하던 중수부와 달리 중수청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없도록 이중, 삼중의 견제와 간섭 장치가 있다.

검사 출신 민정수석이 법안을 만들고, 검사들에게 설득당한 법무부 장관이 이를 묵인하고, 검사 출신 여당 의원들이 검찰을 위한 제도를 완성한다는 음모론은 분노를 유발하는 정치적 효과는 크다. 하지만 검찰을 배제하고, 파괴한다고 검찰개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형사사법제도는 매년 바꿀 수가 없다. 적어도 10년, 길게는 50, 10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여당은 조급증을 버리고, 제도 공백과 국민 불편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문 하나에 대해 질문하고, 또 질문해야 한다. ‘저울에 올려놓고 어느 쪽이 무거운지 철저하게 따져본다’라는 숙의의 ‘어원(de+librare)’처럼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큰 책임이 뒤따를 것이다. 

정원수 부국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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