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26.1.21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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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총리가 말씀을 좀 해야 한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당시 용산 대통령실 상황에 대해 “누군가 인터넷을 검색해 봤는지 ‘계엄을 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고 했다”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1심 판결문에는 이처럼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 안팎에서 오간 국무위원들의 증언이 자세하게 기록됐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거쳐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판결문에는 “윤석열은 피고인(한 전 총리)의 건의를 받아 국무회의 심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던 계획은 변경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전 대통령이 애초에 국무회의를 열 생각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판결문에는 ‘경고성 계엄’ 등 비상계엄을 둘러싼 윤 전 대통령 측의 기존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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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쪽 분량의 한 전 총리 1심 판결문에는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3월 말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에게 “비상대권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등 비상계엄 선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3월부터 김 전 장관 등과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것이다.
이는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일 뿐으로 사전 모의가 아니다”라는 윤 전 대통령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비상계엄 사전 모의’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도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관여 의혹 등을 수사할 ‘제2수사단’ 관련 내용도 판결문에 포함됐다. 2024년 9월경부터 김 전 장관이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과 논의해 수사단을 설치 및 운용하기로 계획했다는 것. 노 전 사령관은 2024년 11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이다. 부정선거 규명 위해 너희들이 선관위 들어가서 직원 잡아와야 한다” “노태악(대법관·중앙선관위원장)은 내가 처리한다” 등을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위해선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꼭 국무회의를 거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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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우보다 무거운 23년형 “위험성 더 커”
한 전 총리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피고인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특히 재판부가 한 전 총리에게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무거운 징역 23년을 선고한 것을 두고 법원 안팎에선 “과거 내란보다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 부장판사는 “이미 정권을 잡은 권력자가 이를 더 공고히 하고 지속하기 위한 내란이라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전 총리에 대한 형량은 항소심과 상고심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노 전 대통령도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됐고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