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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드는 법[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91〉

입력 | 2026-01-20 23:06:00


“기적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김용환 ‘연의 편지’


우리가 기적이라 부르는 일들은 어떻게 일어날까. 실상 이면에는 누군가의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있는 일들이, 그저 갑자기 생긴 일처럼 보여서 기적이라 부르게 되는 건 아닐까. 조현아 작가의 원작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연의 편지’는 바로 그런 의미에서의 기적을 그린 작품이다.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외면하지 못해 나섰다가 자신이 그 괴롭힘의 대상이 된 소리. 전학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친구를 사귀는 일조차 어려워졌다. 어느 날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호연이라는 인물이 남긴 익명의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마치 보물찾기하듯 편지에는 다음 편지가 숨겨진 단서가 담기고, 소리는 학교 곳곳을 누비며 편지를 찾다 자꾸만 동급생 동순과 마주치게 된다. 동순은 호연의 친구로 어느 날 갑자기 떠난다는 말도 없이 사라진 호연이 속상하고 궁금하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편지를 찾는 친구가 되어 호연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소리도 동순도 변화해 간다. 소리는 조금씩 아픈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마음을 열어 가고 동순은 불의에 맞서는 용기를 내게 된다.

소리와 동순의 변화는 기적처럼 보이지만 ‘연의 편지’는 그것이 그냥 이뤄진 기적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과 정성이라고 말한다. “기적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그래서 어느샌가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 호연이 했던 그 말은 소리와 동순이 겪은 마법 같은 일들을 되새겨 보게 만든다. 그건 그냥 일어난 일들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그저 생겨나는 기적은 없는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채워 넣은 정성과 시간이 만드는 놀라운 변화가 있을 뿐. 새해엔 모두가 그런 기적을 만들어 보길.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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