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
JPMHC에서 가장 큰 무대인 ‘메인 트랙’에서 국내 기업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두 곳이 발표를 진행했다. 메인 트랙은 행사에 참여하는 500여 곳의 기업 중 JPM의 초청을 받은 단 25곳만이 서는 핵심 무대로, 그만큼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발표다.
●美 생산시설 마련한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이 자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인수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의 97%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거점 확대는 회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중요한 생산 거점이 될 수 있다. 회사는 미국 시설을 기반으로 임상시험수탁(CRO), 연구개발(CDO)의 역량도 강화해 고객사의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End to end)’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처음으로 JPM 무대에 단독으로 올라선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 역시 기존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에서 신약 개발 기업으로 체질개선에 나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 대표는 셀트리온 창업자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서 대표는 발표에서 현재 11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2038년까지 41개로 확대할 계획이며, 신약 개발에서는 16개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는 최근 세계적으로 열풍인 비만약도 포함돼 있다. 서 대표는 “현재 근 손실을 최소화하는 4중 작용제의 비만 치료제(CT-G32)를 개발 중이며, 내년 하반기(7~12월)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현재 가장 큰 감량 효과를 보이는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위억제펩타이드(GIP)에 동시에 작용하는 2중작용제다. 현재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3중 작용제를 개발 중인데, 셀트리온은 그 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4중 작용제로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역시 지난해 일라이릴리로부터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의 생산 시설을 인수했다. 총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인수하고 시설 확장까지 나설 계획이다.
●무서운 中의 추격
이번 컨퍼런스에서 한국만큼이나 큰 존재감을 보인 나라는 중국이다. 최근 2~3년간 중국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빅딜을 성사시켜 왔다. 올해 JPMHC에서도 애브비와 노바티스가 각각 중국의 바이오 기업으로부터의 기술 도입을 깜짝 발표했다.
애브비는 행사 첫날인 12일(현지 시각) 중국 바이오 기업 레미젠과 이중항체 항암제 후보물질인 ‘RC 148’을 두고 최대 56억 달러(약 8조2300억 원)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중국 바이오 기업 사이뉴로파마슈티컬스로부터 뇌까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전달하는 기술을 최대 17억 달러(약 2조5000억 원)에 도입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사실상 중국의 바이오 기업을 배제하는 법안인 ‘생물보안법’을 포함한 국방수권법안(NDAA)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의 거래가 단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빅딜이 이뤄진 셈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치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산업적으로 더이상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전에는 (바이오 산업의 빅딜에서) 정치적 관계가 우선적으로 고려됐지만 올해는 산업적 가치가 이를 역전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더이상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을 빼고 사업 전략을 세울 수가 없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할 것”이라며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큰 변수”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