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6일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져 차량이 깔려 있다. 40대 운전자는 숨졌다. 해당 옹벽은 사고 전 정밀안전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으나, 조사 결과 보고서에 예전 사진을 재사용하는 등 부실 점검 정황이 드러났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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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이 2020∼2025년 제출된 시설물 안전진단·점검 보고서 3536건을 조사한 결과, 237건에서 과거 사진이 재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점검 때 스마트폰 등으로 손쉽게 촬영할 수 있음에도 보고서에 ‘복붙(복사해 붙여넣기)’ 사진을 썼다는 것은, 현장 점검을 안 했거나 겉핥기식으로 둘러보고 보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94년 성수대교 참사를 계기로 제정된 시설물관리법은 시설물의 종류와 안전 등급에 따라 정기 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길이 500m 이상인 B등급 교량은 매년 두 차례 정기 안전점검을 받고 2년에 한 번 정밀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안전진단·점검 업체 중에는 당연히 해야 할 현장 활동 대신 과거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 양식만 적당히 채워 제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인명 피해를 낸 경기 오산시 옹벽 붕괴 및 경남 창원시 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의 경우 사후 조사를 통해 안전점검을 제대로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때 보고서에도 과거 사진이 재사용됐다. 경기도가 2020∼2022년 교량·터널 등의 안전점검 보고서를 조사했을 때도 228개 시설에서 사진 623장이 재탕되는 등 안전점검이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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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대에 구축한 인프라 시설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안전점검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으로 급증한 안전진단·점검 업체 중에는 시민 안전을 도외시한 채 일단 매출을 올리고 보자는 식으로 돈벌이에만 눈이 먼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안전보고서를 철저하게 점검해 이런 업체들을 퇴출시켜야만 우리 사회가 안전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