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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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도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처럼 생물학적 노화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의 쌍둥이 자매 1만 4836명을 5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 그리고 첫 아이를 아주 이른 나이에 낳은 여성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평균적으로 약 2명의 아이를 낳고, 첫 출산은 24~25세, 마지막 출산은 29~30세에 경험한 여자들은 노화 속도가 가장 느리고 수명이 더 긴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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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참가자 1054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해 여러 종류의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를 적용, 생물학적 나이를 평가했다.
■ 미출산 여성에서도 노화 가속 관찰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결과는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미출산 여성)에서 관찰됐다. 예상과 달리 이들은 생물학적 노화 지표 자체가 실제 나이보다 빠르게 진행된 경향을 보였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출산을 많이 하면 노화가 빨라진다”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미출산 여성의 노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다.
연구진은 “임신·수유가 일부 호르몬 관련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고, 자녀를 통한 사회적 지지의 부재 또는 건강·생활 습관 요인이 출산과 노화 모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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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여성도 마찬가지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뿐 아니라, 평생 4명 이상을 출산한 다산 여성에서도 생물학적 노화 가속과 사망 위험 증가가 함께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에너지 배분의 문제’로 설명했다.
진화생물학의 ‘생애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생식(임신·출산·수유)과 신체 유지·회복 사이에 나눠 써야 한다. 출산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할수록, 장기적으로는 신체 회복과 노화 관리에 쓰일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임신, 출산, 수유는 특히 젊은 산모에게 큰 생리적 부담을 주며, 조기 출산 여성은 양육과 관련된 신체적·정서적·경제적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수 있고, 누적 스트레스와 알로스테틱 부하(allostatic load·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신체의 마모 또는 손상)가 더 높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 첫 출산 너무 이른 여성도 빨리 늙어
첫 아이를 아주 이른 나이에 낳은 여성에서도 노화 속도가 빠른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진화적 관점에서 조기 생식이 세대 간 간격을 줄여 가계의 전체 생식 성공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 대가로 이후 생애에서 노화 가속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는 조기 출산 자체의 효과일 수도 있지만, 이번 분석에서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다른 생활방식이나 건강 관련 요인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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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가장 느리고, 평균 수명 또한 가장 긴 경향을 보인 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출산 횟수: 평균 2~2.4명
△첫 출산: 평균 24.4세
△마지막 출산: 평균 29.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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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를 “특별한 선택이라기보다, 당시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가장 흔했던 평균적인 생애 경로”라고 설명했다.
생애사 이론에서는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고,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선택’이 가장 안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이번 연구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길었던 여자들의 생식 패턴이 바로 이런 ‘중간값’에 가까웠다는 점은, 이 이론의 예측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생물학적 요인 외에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 주거 환경과 가족 구조, 의료 접근성, 아이를 키우는 데 따르는 부담 같은 사회경제적·문화적 조건이 평균적인 출산 시기와 출산 규모를 자연스럽게 제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연구진 “개인의 선택에 적용하지 말아야” 당부
연구를 이끈 미이나 올리카이넨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구 집단 수준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여줄 뿐, 어떤 여성이 아이를 몇 명 낳아야 건강해진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며 “따라서 개별 여성은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출산 계획이나 이에 대한 바람을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출산 이력에 따른 생물학적 노화와 수명의 관계는 시대적·문화적 배경, 사회경제적 조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일반화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38/s41467-025-67798-y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