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취업 北 IT노동자, 코인으로 급여 받아 심현섭 계좌로 들어간 뒤 세탁 거쳐 달러로 中 거주 추정…中정부는 “활동 모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현상금 700만달러를 내건 심현섭 지명수배 령/출처: 미국 국무부 공식 인스타그램
위장 취업한 북한 노동자들과 사이버 절도범들 수천 명은 매년 러시아, 중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억 달러에 달하는 불법 수익을 취해왔다. 이 막대한 수익은 김정은 정권을 위한 사치품 구매와 북한 당국의 무기 프로그램 자금 등으로 사용되지만, 숨기고 세탁하지 않으면 차단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바로 심현섭과 같은 은행가들이다. 미 당국과 사이버보안 전문가 등에 따르면, 심현섭은 ‘심 알리’·‘심 하짐’ 등 이름을 사용하며 주로 아랍 국가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중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심현섭은 강력한 대북 제재 가운데 북한의 재정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수십 명의 북한 은행원들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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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당국은 북한의 ‘IT 노동자들’이 해킹으로 암호화를 탈취한 뒤, 이를 심현섭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사법당국을 따돌리고 위장하기 위해 여러 개의 디지털 지갑을 거쳤다. 이후 심현섭은 미리 매수해 둔 UAE나 중국 등의 브로커에게 암호화폐를 건네 달러로 바꿨고, 브로커들은 이 돈을 심현섭의 위장회사 계좌로 보냈다.
심현섭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북한으로 바로 송금하진 않았다. 대신 직접 김정은 정권을 위한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서구 유명 은행들은 심현섭에게 잇따라 농락당했다. 심현섭은 시티·JP모건·웰스파고 등 미 은행들을 통해 310건, 7400만달러(약 1096억 원)에 달하는 금융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심현섭에 700만 달러(약 104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다만 “그를 체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WSJ는 지적했다. 2023년 심현섭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미 재무부는 그가 2022년 이미 UAE에서 추방돼 중국 단둥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심현섭의 활동에 대해 알지 못하고, 그에 대한 미 재무부의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단 입장을 보냈다고 WSJ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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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