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잠 도발] 3월엔 일부 노출, 이번엔 전체 공개… 길이 100m-직경 10m 8700t급 추정 발사관 10개 핵미사일 공격 위협… 軍 “韓보다 먼저 보유, 자신감 과시” “李 방중 앞 ‘中 자극’ 포석” 분석도
미국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미 해군 홈페이지
올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찰 당시엔 선체의 극히 일부만 노출했던 것과 달리 9개월 뒤인 이번엔 거의 완성된 형태의 SSBN 실체를 전격 공개한 것. 북한의 SSBN 공개는 한미가 별도 협정을 통해 핵잠 건조에 속도를 내기로 한 다음 날 이뤄졌다. 군 당국자는 “한국보다 먼저 핵잠을 보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노골적으로 과시한 것”이라며 “남북이 각각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하에 본격적인 ‘핵잠 레이스’를 펼치게 된 형국”이라고 말했다.
● 美 버지니아급보다 덩치 커, 2028년경 실전 배치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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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전략핵잠의 배수량이 8700t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이 작전 운용 중인 도산안창호함(3000t)보다 3배 가까이, 11월에 진수한 장영실함(3600t)의 2배 이상 규모다. 미 해군의 주력 공격용 핵잠인 버지니아급(7900t)보다도 덩치가 크다. 버지니아급 핵잠은 핵추진이지만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토마호크 미사일만 갖췄고, 핵장착 미사일은 없다.
하지만 북한은 이 잠수함에 ‘전략유도탄’을 탑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적국의 핵공격에도 살아남아 핵미사일로 제2격(핵보복)을 가할 수 있는 SSBN임을 분명히 한 것.
외형이 완성된 ‘북한판 SSBN’이 공개되면서 소형 원자로 등 핵심 장비도 러시아 지원하에 북한이 완성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핵잠용 원자로 등 추진체계를 자체 설계한 뒤 러시아 기술진의 검증을 거쳐 완결지었을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선 러시아가 퇴역한 핵잠의 원자로를 북한에 제공했을 개연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핵잠 선체와 원자로를 따로 설계·제작 확보하는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거의 완성된 선체로 볼 때 진수가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 진수한다면 시험 운용을 거쳐 2028년경 전력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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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핵잠 협정 합의 다음 날 SSBN 전격 공개
김 위원장이 한미 간 핵잠 협정 합의 발표 다음 날 외형이 거의 완성된 전략핵잠을 공개한 것은 전략핵잠 개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누구도 막지 못할 수준의 수중 핵전력까지 갖췄음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중국에선 ‘한국이 핵무장 전초 단계인 만큼 우리도 불가피하게 핵잠을 갖춰야 한다’고 정당성을 인정받을 명분을, 러시아에선 부족한 핵잠 기술력을 보완하도록 설득할 근거를 챙길 것”이라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축전에서 “우리가 앞으로도 친선적이며 동맹적인 관계를 백방으로 강화하고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서 건설적인 협동을 진행하게 되리라고 확신한다”며 “의심할 바 없이 우리 두 나라 인민들의 근본이익에 부합되며 정의로운 다극세계질서를 수립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반미(反美) 전선을 위한 북-러 밀착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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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