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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닥친 K배터리…자산 팔고 합작 결별 ‘일단 버티기’

입력 | 2025-12-25 19:49:00

업황 침체 장기화에 전략 대폭 수정
LG엔솔-혼다, SK온-포드 ‘각자도생’
대안 사업이던 ESS 전망도 엇갈려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비해 잇달아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기존의 투자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로 간주했던 전기차 업황 침체가 장기화되고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황 부진에 잇달아 합작 ‘결별’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업황 부진이 길어지자 올 들어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를 줄줄이 수정하고 있다. 5월 미국 GM과의 합작 법인 얼티엄셀즈 3공장을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24일에는 일본 혼다와의 북미 합작회사 L-H배터리를 혼다 미국 법인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달 17일엔 미국 포드와 맺은 9조6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파기됐다고 발표했다. GM과 포드 등 기존에 계약한 완성차 회사의 배터리 수요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자 판로를 확대하고 ‘혹한기’에 버틸 재원을 서둘러 마련하는 행보에 나선 것이다.

SK온도 포드와의 합작을 종결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로 했다. 이달 11일 ‘블루오벌SK’ 합작법인을 백지화하고 생산 시설을 분리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가 공동 운영하기로 했던 켄터키 1, 2공장은 포드가,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각각 가져가기로 했다. SK온은 앞으로 테네시 공장에서 포드를 비롯한 다양한 고객사를 유치하고 제품도 전기차뿐만 아니라 ESS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드시 온다’던 전기차 전망 흔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최근 들어 이처럼 발빠르게 변화에 나서는 이유는 내년에도 업황 침체가 이어지며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가 기대보다 더디고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올 9월을 끝으로 종료됐다. 내년부터는 보조금 종료로 인한 수요 위축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내연기관차 판매를 2035년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수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각국의 움직임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반드시 온다”던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수항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전기차 관련 세제 정책을 잇달아 손보기 시작하며 향후 수 년간 큰 수요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공시를 통해 앞서 예상했던 2023~2028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연평균 수요 성장률을 기존 23%에서 19%로 하향조정했다.

●대안 삼은 ESS 전망도 엇갈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대안으로 삼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보완재 및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설비로 주목받는 분야다. 전망을 밝게 보는 측에서는 AI 산업의 발전과 함께 미국의 대중 제재로 한국 배터리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ESS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있다. ESS는 중국 업체들이 강점을 갖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고, 이미 미국에서는 중국산이 90%를 장악한 상태다. 여기에 전기차 대비 수익성도 낮은 데다, 프로젝트성 수주여서 전기차 대비 설비 운영의 효율이 떨어진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SS는 1회성 판매 성격이 강해 개별 수주에 따른 기복이 크다”며 “판매의 연속성이 낮아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한국 업체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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