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기업 무어스레드의 장젠중 창업자가 20일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화산’과 ‘루산’ 등 차세대 칩을 공개하고 있다. 무어스레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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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이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속도를 높이면서 ‘반도체 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업체 무어스레드는 20일 ‘화산’과 ‘루산’이라는 차세대 칩을 공개했는데,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의 성능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다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초격차 산업인 반도체마저 중국에 따라잡히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무어스레드, 메타X, 비렌테크놀로지 등 중국 AI 반도체 업체들은 잇달아 기업공개(IPO)에 뛰어들며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중국 정부도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최대 5000억 위안(약 100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 지원을 선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또는 2027년에 AI 반도체 시장에 ‘딥시크 모먼트’(중국이 저비용의 생성형 AI 딥시크를 출시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가 와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매서운 추격에 한국 반도체의 현실은 위태롭기만 하다. 공학기술 석학들과 산업계 전문가들의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은 국내 AI 반도체 산업에 대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빼면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범용 D램 시장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1년 안팎까지 줄어 턱밑에서 위협받고 있다. 반도체 산업 전반의 초격차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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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5년간 150조 원을 첨단전략산업 및 관련 생태계에 수혈하겠다고 했다. 석유화학 등의 구조조정도 첫 단추를 끼운 상태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속도다. 전 세계가 첨단산업 주도권을 쥐려고 전력 질주를 하는 상황에서 느린 혁신은 혁신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