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약해 법 위반 밥먹듯 해” ‘집단소송제 도입’ 입법 속도 주문 개보위, 매출 10%까지 과징금 추진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기업들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면서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 잘못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쿠팡에 대한 처벌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부처 업무보고에서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뭐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피해자가 3400만 명이 넘는데 일일이 소송을 안 하면 (피해 보상을) 안 해주는 것 아니냐”면서 “소송하면 소송비가 더 들게 생겼는데 집단소송도 도입해야 할 것 같다.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집단소송제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집단소송은 대표 당사자가 전체 피해자를 대표해서 소송을 수행하면 모든 피해자에게 자동으로 판결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제도다.
이 대통령은 이날 중대하고 반복적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을 높이기 위해 관련 시행령을 즉시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현행법상 징벌적 과징금 산정은 전체 매출의 3%, 시행령은 직전 3개년 매출 평균의 3%로 돼 있다. 다만 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일단 시행령부터 3년 매출 중 최고 연도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높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과징금을 적용해 과징금 상한선을 매출액의 3%에서 10%로 높이겠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업무보고에서도 “(경제적 불법 행위에는) 그에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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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보유출 과징금 3%, ‘3년중 최고 매출 기준’ 부과해야”
[대통령 업무보고] 쿠팡 엄벌 의지 재차 강조
“위반하고도 ‘어쩔건데’하는 느낌
피해자 3400만명 일일이 소송하나”
대통령실 “대통령이 칼 빼든 것”
“위반하고도 ‘어쩔건데’하는 느낌
피해자 3400만명 일일이 소송하나”
대통령실 “대통령이 칼 빼든 것”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쿠팡 등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받아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은 위반하고도 ‘뭐 어쩔 건데’ 이런 태도를 취하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전날 업무보고에서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엄벌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 “경제 제재가 약해 위반을 쉽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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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반복되는 중대 위반 행위에 대한 현재 특례 규정이 있느냐”고 물었다. 송 위원장이 “법에는 전체 매출의 3%로 하게 돼 있지만 시행령은 직전 3개년 매출 평균의 3%를 부과할 수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법에서 시행령으로) 갈수록 약해진다”며 3년 중 최고 매출액의 3%로 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제재가 약해서 위반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기업들이 위반하지 않기 위한 노력과 비용을 충분히 들여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집단소송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며 “지금 3400만 명가량이 피해자인데 일일이 소송하지 않으면 (피해 보상을) 안 해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에선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든 것”이란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칼을 빼 들었으면 제대로 조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쿠팡은 자신을 대체할 플랫폼이 없어 이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벌백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생중계 질책으로 공직 기강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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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6시간 정도 업무보고를 받으며 일부 기관장을 생중계로 질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겐 “역사 교육과 관련해선 ‘환빠’ 논쟁이 있지요”라고 물었다. 환단고기는 정통 역사서로 인정받지 못했다.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 연구하는 사람들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나”며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박 이사장에게 “언제부터 이사장하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김언종 한국고전번역원장이 한자 교육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대통령 성함에 쓰이는 한자 ‘있을 재(在)’ ‘밝을 명(明)’도 잘 모른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죄명’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지 않느냐”고 답해 다들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