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트럼프 정부 첫 NCG 공동성명 美 확장억제 제공 공약 재확인 일각 ‘NCG 축소’ 우려는 벗어나 ‘美전략자산 전개 확대’ 문구 제외… 한미 모두 北과 대화 염두 ‘로키’
한국 국방부와 미국 전쟁부(국방부) 대표단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NCG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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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제5차 회의에서 한미는 “NCG의 실질적 진전을 지속 달성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NCG 개최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한 것. 하지만 공동성명에 대북 경고를 포함한 북한 관련 표현은 물론이고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확대에 대한 문구가 모두 삭제됐다. 한미 정부 모두 향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로키(low-key)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 “北 핵공격 시 정권 종말” 삭제
한미는 회의 후 발표한 ‘공동언론성명’에서 미국이 핵무기 등 모든 군사적 수단으로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오랫동안 NCG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꾸준히 제기됐던 ‘NCG 축소·재검토설’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4월 한미가 채택한 ‘워싱턴 선언’으로 출범한 NCG는 미국의 확장억제 기획·운용에 한국이 참여하는 핵·재래식 통합작전(CNI)을 통해 핵우산의 실행력을 높이는 정례 협의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때인 올 1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4차 회의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정권 종말로 귀결될 것”,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과 같은 미국의 대북 경고성 표현은 이번엔 빠졌다. NCG의 목적인 ‘북한 핵위협’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 또 1∼4차 회의 공동성명에는 모두 북한 관련 표현이 있었지만 5차 회의 공동성명엔 북한이라는 단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핵위협은 최대한 억지하되 대화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도 적극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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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재래식 방위 주도” NCG 공동성명에 첫 명기
군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현대화’를 명분으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이재명 대통령도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국방비 증액 등을 추진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자칫 트럼프 행정부가 재래식 억제를 한국에 떠넘기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꾀하려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4차 회의 공동성명에 들어 있던 한미 핵공유를 시사하는 ‘공동기획·공동실행’이라는 문구가 이번에 빠지면서 핵공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지가 약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미는 핵억제 심화교육과 NCG 모의연습(TTS),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TTX) 등 NCG 활동이 잠재적 한반도 핵 유사시에 한미동맹의 협력적 의사결정을 강화한다고 평가하는 한편 내년 상반기 제6차 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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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