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장관 “퇴역군인 추방한 적 없다” 발언에 민주 의원, 박세준 씨 모습 태블릿에 띄우고 “두 차례 총상 입고 훈장…감사는 못할망정”
민주당 세스 매거지너 의원이 태블릿을 통해 한국인 박세준 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야당인 민주당 소속 세스 매거지너(로드아일랜드) 하원의원은 11일(현지 시간) 열린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의 청문회에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에게 “당신은 미국 퇴역군인을 몇 명이나 추방했느냐”고 물었다. 놈 장관이 “우리는 미국 시민이나 퇴역군인을 추방한 적이 없다”고 답하자 그는 태블릿 화면을 통해 한국인 박세준 씨의 모습을 보여줬다.
매거지너 의원은 “우리는 줌으로 세준 박과 함께하고 있다”며 “그는 1989년 파나마에서 우리나라에 봉사하는 동안 두차례 총상을 입은 미 육군 참전용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박 씨가 많은 다른 참전용사처럼 전역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다 약물 남용으로 고통 받았고, 1990년대 몇몇 경미한 마약범죄로 체포됐지만 심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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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AP뉴시스
박 씨의 사연은 6월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55세인 박씨는 7살때 미국으로 이민왔고, 20세에 입대해 1989년 12월 미국의 ‘파나마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 이곳에서 두 차례 총상을 입고 전역한 그는 제대 후 오랜 기간 PTSD에 시달리다 약물에 손을 댔고 중독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마약 혐의로 2009년부터 3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박 씨는 하와이로 이주해 살았다. 하지만 올해 6월 이민세관단속국(ICE)는 그에게 출국하지 않으면 구금 뒤 추방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박 씨는 노모와 자녀들을 두고, 한국으로 자진 출국했다. 당시 박 씨는 NPR에 “내가 목숨 걸고 싸웠던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놈 장관은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는 대신 “군에 복무하고 법률을 준수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를 왜 추방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매거지너의원이 박 씨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겠냐고 묻자 “그의 사건을 확실히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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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