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연명치료 보고서 발표 65세이상 84%가 “연명치료 싫다”… 가족들이 꺼려 실제 중단은 17% 46%가 “간호 위해 일 그만둬” 응답… “사전의향서 등록 문턱 낮춰야” 제안
《연명의료 1년 비용 1088만원… 치료 중단 비율은 16.7% 그쳐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이 올해 8월 300만 명을 넘었지만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 수는 여전히 많다. 임종을 앞둔 본인은 연명의료를 거부했더라도 막상 가족들은 연명의료 중단을 꺼리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임종 전 1년간 연명의료에 드는 비용은 1인당 평균 1088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 전 1년간 연명의료를 받을 때 1인당 의료비가 평균 1088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인 고용 비용도 월평균 224만 원이어서 환자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들의 평균 고통도 개별 치료로 느끼는 최고 고통의 3.5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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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시행하는 환자 수는 2013∼2023년 연평균 6.4%씩 증가했다. 연명치료 기간도 2013년에는 19일이었으나 2023년에는 21일로 늘었다.
원치 않은 연명치료가 생겨난 이유는 가족들이 연명의료 중단을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 조사 결과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유가족의 약 20%가 가족 간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연명의료로 인해 환자 본인과 가족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국내 연구 중 처음으로 ‘연명의료 고통지수’를 내놨다. 개별 연명의료의 통증 수준을 0∼10점으로 나눠 계량화한 것이다. 연명의료는 혈압상승제 투여, 수혈, 심폐소생술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돼 10점을 넘는 수치가 나왔다. 연명의료 시술을 받은 이들의 평균 고통지수는 35점이었다. 다른 개별 치료에서 측정된 최대치의 3.5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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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연명의료로 사망한 암 환자 가족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9월 설문조사를 해보니 간병인을 고용하는 비율은 49%에 달했다. 이때 드는 비용은 월평균 224만 원이었다. 본인이나 다른 가족이 ‘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뒀다’고 답한 비율도 46%였다. 일을 그만둘 때는 월소득이 평균 327만 원 감소했다. 간병인을 고용한 이들의 93%는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일을 그만둔 가정의 87%는 ‘소득 감소가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 “사전 의향서 쉽게 등록할 수 있어야”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막으려면 의료결정 대리인 지정 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명의료를 거부한 이들 중 58.8%는 ‘일부 시술을 받기 원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활성화 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상담하고 작성할 수 있는 기관은 종합병원,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를 1차 의료기관까지 확대해 문턱을 낮추고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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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