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4년간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을 이끌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인. 그의 대표 정책인 공공 주택의 임대료 동결이 서민의 주거 질과 시 재정을 악화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가격 왜곡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높다. 뉴욕=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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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국제부 차장
이 공룡 도시는 만성적인 주거용 부동산 부족에 시달린다. 꿈과 기회를 찾아 몰려드는 사람은 넘치는데 새 집을 지을 땅은 부족하고 건축 관련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까다롭다. 올 5월 기준 주거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1.65%. 사실상 빈집이 없다는 뜻이다.
내년 1월부터는 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정책까지 시행된다. 향후 4년간 뉴욕을 이끌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은 공공 임대주택 중 특히 저렴한 약 100만 채의 임대료를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정치 구호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뉴욕(affordable N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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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좋은 정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의 많은 문제가 그렇듯 실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임대료를 동결하면 일부 세입자가 혜택을 받을 순 있다. 하지만 수익 창출의 기회가 사라진 집주인은 굳이 개보수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해당 주택과 일대의 노후화 속도가 빨라진다.
임대료를 영원히 동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맘다니 당선인이 4년 후 시장일지 알 수 없고, 재산권을 침해받는 집주인들이 소송에 나서면 시장 임기 내에 해당 정책의 실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 사이 임대료 동결 규제에서 제외된 주택은 물가 등을 반영해 지금보다 훨씬 오를 것이고 잠시 임대료 동결 혜택을 봤던 세입자들은 사실상 더 좋은 집으로 옮겨갈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시 운영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가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벌어들인 돈은 370억 달러(약 54조3900억 원). 전체 지방세의 약 절반이다. 이 돈으로 약 28만 명의 시 공무원이 월급을 받는다. 임대료가 동결된 주택은 그렇지 않은 주택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낮을 것이고 집주인이 내야 할 세금도 적을 가능성이 크다. 세수(稅收)가 늘지 않으면 공무원 월급을 올려주기 어렵다. 무상 버스와 보육 등 맘다니 당선인이 외치는 각종 복지 정책의 재원도 마련하기 힘들어진다.
잘 알려진 대로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당선인의 부모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아들을 낳았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몇 년간 거주하다 뉴욕으로 건너왔다. 인도와 아프리카에서의 삶이 만족스러웠다면 굳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주를 거듭했을까. 불과 7년 전까지 미국 시민권자도 아니었던 맘다니 당선인이 뉴욕의 수장에 오른 것 또한 이 도시가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그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뉴욕으로 오는 행렬이 있는 한 뉴욕이 생활비가 저렴한 도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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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