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과학’ 책 펴낸 이연주 박사 과학 현상에 대한 정확한 답보다 함께 이야기하며 호기심 키워야 초등 고학년~중학교 교육 과정 일상생활 속에서 체험 가능해… 학년 높아질수록 개념 강화해야 가족과 다양한 소재로 대화하면, 연결고리 이어져 사춘기에 도움
“아빠, 비행기는 크고 무거운데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나요?”
자녀가 일상 속 현상에 호기심을 보이며 질문을 쏟아낼 때, 부모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거나 난감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경북대 사범대 물리교육과 초빙교수를 지낸 이연주 박사(사진)는 “많은 학부모가 과학을 직접 가르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누구나 충분히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과학에 대해서 자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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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사는 두 아들을 키울 때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과학 이야기를 나눴다. 두 아들은 각각 고려대 공대와 영남대 의대를 졸업했다. 이 박사에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과학 교육의 구체적인 방법과 그 효과에 대해 물었다.
―많은 학부모가 과학은 어렵기 때문에 직접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과학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나.
“생활 곳곳에 과학 현상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비눗방울 하나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배우는 물의 증발, 중학교 1학년에서 배우는 물질의 상태 변화,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는 빛과 파동 개념이 모두 얽혀 있다. 과학 실험을 가장 쉽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공간은 부엌이다. 부엌은 물리 화학 생물 수학적 요소가 가득한 장소다. 생수병을 얼렸을 때 물이 얼면서 병 밖으로 넘쳐 나오는 모습은 물의 상태 변화 개념을 보여준다. 물 위에 동동 뜬 얼음을 보면서는 부력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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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말이 통하면서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나이에 따라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떡국을 만들 때 다 익은 떡이 위로 떠 오르는 이유는 떡이 익으면서 밀도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자녀가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떡이 떠오르면 다 익은 것이니 그때 건지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면 충분하다. 초등 고학년에게는 떡국을 끓일 때 물의 상태 변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곁들일 수 있다. 중학생이라면 밀도와 질량에 대해 이해하고 부력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자녀의 과학적 호기심을 더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의 호기심을 중간에 잘라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아주 어릴 때는 뒤집거나 옹알이만 해도 부모가 대단하다며 감탄하다가 조금만 지나면 ‘왜 이것밖에 못 하니’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수록 자녀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와도 같은 존재다. 반복해서 지적만 하면 아이는 생각하는 것 자체를 피하려 할 수 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위치가 아니라 자녀와 동등한 위치에서, 호기심을 보일 때마다 놀라고 감탄해 주면 아이는 스스로 더 많이 묻고 설명해 보고 싶어 한다.”
―일상적으로 과학 교육을 하면 또 어떤 효과가 있을까.
“가족들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끈이 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이 두 아들이 사춘기를 비교적 무사히 보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성인이 된 지금도 고민이 생기면 ‘엄마 생각은 어떻냐’며 전화를 해 온다. 공부에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되어 준다는 점에서도 일상 속 과학 교육은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