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담보 ADR, 주식처럼 거래 “기업가치 제고 방안… 확정 안돼” 경쟁사보다 저평가 주가 개선 기대 외국인, 9월 이후 최대치 사들여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진출 가능성에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자사주를 활용해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된 주가가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외국인 SK하이닉스 순매수, 3개월 만에 최대치
최근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ADR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기업은 보유한 주식을 미국의 예탁기관(은행)에 보관하고 이를 담보로 ADR을 발행해 미국 증시에 진출할 수 있다. ADR은 미국 거래소나 장외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처럼 미국 증시 직접 상장보다 절차가 간편하지만 해외 투자자들과 접점을 늘릴 수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포스코홀딩스, SK텔레콤, LG디스플레이 등이 ADR을 발행했다. 대만 TSMC, 네덜란드 ASML 등도 미국 시장에 ADR을 발행해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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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등 경쟁사 대비 저평가된 주가도 개선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1조3834억 원이었다. 2025회계연도 4분기(6∼8월) 약 5조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마이크론보다 두 배 가까운 실적을 거뒀지만 9일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426조 원(SK하이닉스)과 약 418조 원(마이크론)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하면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단숨에 좁힐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으로 미 증시에서 거래되는 기업만 포함하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패시브(수동) 자금이 유입되는 수혜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SK하이닉스보다 시총이 큰 종목은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ASML, AMD뿐이다. 이 중 TSMC와 ASML은 ADR이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을 고려해서라도 자사주 2.4%를 활용해 ADR 발행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도 18개월 내에 처분할 것을 강제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 가치 제고 요구가 커질 수 있어 사측이 ADR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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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