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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고갈론은 근거 약해… 청년들 휘둘리지 말고 활용을[기고/장재혁]

입력 | 2025-12-09 03:00:00

장재혁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




장재혁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

인생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50, 60대에 직장을 떠나 80, 90대까지 생존한다면 적어도 30, 40년간 월급을 받지 않은 채 생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게 연금이다. 연금 수령자들은 수령액 인상분에 민감하다.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모든 연금 수령자는 매년 1월 25일 연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마음을 졸이며 통장을 확인할 정도다.

문제는 ‘연금의 양극화’다. 국민연금에는 소득재분배 장치가 반영돼 소득이 낮을수록 수익이 더 높게 설계돼 있다. 하지만 정작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 청년 등은 기금 고갈을 걱정하며 가입을 피한다. 이에 반해 대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들은 배우자와 자녀에게도 임의가입 형태로 가입 기간을 늘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큰 손해를 무릅쓰고 조기 연금을 선택하는 비율이 평균 16%가 넘었다. 이런 상황 역시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이 반영됐다. 반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5년간 최대 36%를 더 주는 연기 연금 선택 비율이 각각 9.7%, 9.3%에 이르러 전국 평균(2.5%)의 4배 정도다. 기금고갈론 확산이 연금의 ‘빈익빈 부익부’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청년들의 생애 첫 연금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가입 기회를 놓쳐도 추후 납부해 전체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해 연금 양극화를 줄이려는 취지다.

혹자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데 무슨 소용이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금수익률이 37년 누적 연평균 수익률(6.82%)보다 낮은 6.5%만 유지한다고 해도 기금 소진 시기는 2090년까지 약 33년 연장된다. 올해 3월 18년 만에 연금 개혁에 성공한 덕분이다. 여기에다 ‘국가 지급보장 의무화 규정’이 신설됐고 소득대체율도 3%포인트 인상됐다. 청년에게 매우 유리한 군복무 및 출산 크레디트도 크게 개선됐다.

청년층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으로 매년 정부 예산의 1%포인트 정도를 ‘퓨처 펀드’로 조성한다면 더 이상 기금고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연금재정이 안정될 수 있다. 스웨덴과 아일랜드,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들은 ‘완충 기금(reserve fund)’ 조성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청년층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금 활용법은 ‘연금 맞벌이’다. 부부가 매월 국민연금 200만 원을 받는다면 약 5억∼6억 원의 금융자산을 가진 것과 같다. 여기에 퇴직연금을 중간에 찾지 않고 연말정산 환급금 목적으로 개인연금저축까지 가입한다면 노후가 든든해진다. 청년들은 근거가 부족한 ‘기금고갈론’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연금을 보다 꼼꼼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국민연금은 너무나도 소중한 국민의 미래 자산이다.



장재혁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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