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발언 후 미SMR·원전 관련주 급등, 글로벌 원전 재조명 두산·현대·대우·삼성·DL 등 K원전 기술 기업, 수주 기대감 확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에서 특별세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3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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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원자력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4일(현지시각) “AI 성장의 핵심은 전력이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원자력”이라고 강조하자 미국 주식시장에서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EPC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SMR 사업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정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며 원전 르네상스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도 뚜렷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한국은 APR1400 등 대형 원전 설계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이며, 한국 기업들은 ‘원자로 설계-주기기 제작-시공-운영·유지보수-해체’에 이르는 전 주기(Full Cycle) 원전 역량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SMR 분야에서도 미국·유럽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수주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 : 원자로 주기기 제작·SMR·해체까지 아우르는 국내 유일 ‘풀 밸류체인’ 기업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자로용기·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이다. APR1400을 기반으로 한 신고리·신한울 등 주요 원전의 주기기를 공급해 왔으며, 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고리 1호기 해체에 본격 착수하면서 해체기술·폐기물 관리 등 탈원전 시장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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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 국내 최강 원전 EPC…미국 대형 원전 수주 초읽기
현대건설은 한국형 원전 대부분을 시공한 국내 최강 원전 EPC 기업이다. 신고리·신월성·신한울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시공을 맡았고, 최근에는 미국·유럽 등 해외 원전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미국 홀텍과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부지에 SMR 건설을 추진하면서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4억달러 보조금을 확보해 주목받았다. 전 웨스팅하우스 부사장 마이클 쿤을 영입해 미국 원전 EPC 역량을 대폭 강화한 점도 업계에서 크게 평가하는 부분이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페르미아메리카와 ‘AI·에너지 복합캠퍼스’ 조성의 일환으로 대형 원전 4기의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해 미국 내 본격 수주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SFR(소듐냉각고속로)·열수소 원전 등 차세대 기술에도 참여해 미래 사업 확장성도 크다.
◆대우건설 : CEO 직속 ‘원전사업단’으로 유럽 집중 공략
대우건설은 월성 3·4호기,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등에서 시공을 수행해 온 30년 이상 원전 EPC 실적을 보유한 기업이다. ASME 인증을 보유해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최근 조직을 CEO 직속 ‘원전사업단’으로 격상해 의사결정 속도와 전문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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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삼성E&A : SMR 중심 해외 파트너십 확대
삼성물산은 기존의 대형 원전보다 SMR 중심 전략을 취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루마니아 SMR FEED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GE버노바히타치(GVH)와 SMR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삼성E&A 역시 대규모 에너지 EPC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중동 지역에서 SMR 기반 친환경 산업단지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DL이앤씨 : 국내 건설사 최초로 美 차세대 SMR 기업에 직접 투자
DL이앤씨는 미국 4세대(Generation IV) SMR 개발기업에 직접 지분 투자한 국내 첫 대형 건설사다.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투자 단계부터 참여하며 향후 EPC 가능성까지 고려한 전략이다. 기존 주거·토목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의 원전 부활은 단기 모멘텀을 넘어 수십 년 단위의 구조적 변화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설계·시공·주기기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어 이번 흐름이 ‘제2의 해외 원전 수주 전성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의 전력 대란 가능성과 미국·유럽의 정책 전환이 맞물리면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원전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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