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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달군 애니 성공 뒤엔… 팬덤-특별관-작품성 ‘3박자’

입력 | 2025-12-04 03:00:00

귀멸의 칼날-체인소맨-주토피아2 흥행 공식 따져보니
귀칼-주토피아 이미 두꺼운 팬층… 사전 예매-N차 관람도 줄이어
귀칼 4DX 글로벌 수익 432억원… 화려한 액션 보는 몰입감 극대화
체인소맨 스토리 호평 쏟아지며 개봉 2주차부터 관객 더 몰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일본 영화 최초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1위’(‘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역대 애니메이션 개봉 첫 주 글로벌 흥행 수익 1위’(‘주토피아2’).

올해 극장가는 1년 내내 한국 영화의 부진이 이어지며 침체 분위기가 짙었지만, 연말이 다가오며 눈여겨볼 만한 흐름도 분명하다. ‘귀멸의 칼날’의 역대급 흥행에 이어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이 입소문을 타고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주토피아2’는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수 240만 명을 넘어섰다. 17일 찾아올 ‘아바타: 불과 재’가 아직 관건이긴 하지만, 해외 애니메이션 3편이 하반기 국내 극장가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토피아2

전문가들은 세 작품의 흥행 성공이 한국 영화계에 던지는 시사점을 크게 3가지 면에서 주목하고 있다. 첫째로 확실한 ‘팬덤’이 있는 작품들이란 점이다. ‘귀멸의 칼날’과 ‘주토피아2’는 TV 시리즈와 전작으로 이미 두꺼운 팬층이 형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에 개봉 전부터 사전예매만 각각 82만 명, 36만 명에 이르렀다. ‘체인소맨’ 역시 종이만화부터 TV 시리즈까지 팬층이 만만치 않다. 

특히 주토피아는 전작인 1편이 9년 전에 개봉한 작품임에도 ‘브랜드’의 힘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서지명 CGV 팀장은 “확실한 팬덤을 가진 콘텐츠의 경우 N차 관람 비율도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영화관 입장에서도 효자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두 번째는 공통적으로 IMAX 같은 ‘특별관의 활용도’가 두드러진다.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몰입감에 대한 관객들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작품이 인기를 끌었단 뜻이다.

화려한 작화와 액션이 강점인 ‘귀멸의 칼날’은 전체 관람 중 특별관 관람 비율이 19%에 이를 정도다. 특히 4DX의 글로벌 수익은 2940만 달러(약 432억 원)를 돌파하며 올해 4DX 상영작 중 최고 성적을 냈다. ‘주토피아2’ 또한 ‘Zoo’ 같은 영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과 재기발랄한 액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CGV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 2D 상영관 대비 4DX 객석률이 20%가량 높았다.

체인소맨: 레제편

마지막 공통분모는, 뻔하지만 언제나 정답인 이유다.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특히 ‘체인소맨’이 기대보다 선전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개봉 전만 해도 ‘귀멸의 칼날’보다 팬덤 규모가 크지 않다는 평이 우세했지만, 막상 관람 뒤엔 풋사랑을 경험하는 주인공 덴지와 레제의 감정선이 잘 그려졌다는 평이 쏟아졌다. 실제로 개봉 첫주보다 2주 차부터 관객들이 더 몰리기 시작했다.

세 작품의 흥행을 통해 올해 관객들이 ‘영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음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일상화되고 영화관 티켓이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며 관객들은 쉽게 극장으로 발걸음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확실한 만족감’을 보장할 수 있는 작품이거나 ‘실패 확률’이 낮다고 판단되는 작품이어야 관객들은 지갑을 열고 있다.

한 애니메이션계 관계자는 “영화 비즈니스가 다각화됐다지만 여전히 극장 개봉은 중요한 수익원”이라며 “고정 팬층과 극장가를 겨냥한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다른 장르 영화에도 필수적 생존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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