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가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날 한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사유와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려대 제공
책 ‘피로사회’ 등을 쓴 한국계 독일인 철학자인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가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공과대학 특별 초청 학술 주간’ 마지막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한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조건과 인문학적 사유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 교수는 현대 기술문명을 ‘성과주의’와 ‘긍정성의 과잉’으로 봤다. 그러면서 “효율과 속도의 논리가 인간의 감각과 사유, 휴식을 잠식하고 있다”며 “무위(無爲), 침묵, 관조의 회복을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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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행위의 목적을 위한 기쁨이 아닌 ‘존재 자체의 기쁨’을 회복하는 삶이 필요하다”며 “목적 없는 행위, 침묵의 시간, 명상의 공간이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하고 창조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소통을 요구하는 문화가 오히려 새로운 사유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연 이후에는 각계 석학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한충수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등 참석자는 AI 시대 대학 교육의 새로운 방향과 인간 중심 가치 회복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