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천국제마라톤’에서 김완기 삼척시청 감독이 1위로 결승선에 들어온 이수민 선수를 부축하는 장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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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이 ‘불편한’ 장면과 그로 인한 논란은 스포츠계에 남아 있는 구태적 지도 문화와 관련 있어 보인다. 당사자인 이수민 선수는 이 일에 대해 직접 “문제의 본질은 성적 의도 여부가 아니라 골인 직후 강한 신체 접촉으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는 점”이라면서 “통증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독의) 행동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스승과 제자’로 대표되는 훈련 시스템은 그동안 많은 성과를 냈지만,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대칭적 위계 구조와 지도자의 절대 권력, 선수의 침묵을 전제로 한 훈련 방식은 폭언·폭력, 강압적 훈련, 성적 보상 체계 등 다양한 문제를 낳았다. 선수들은 “성적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명분 아래 방치되기 일쑤였고, 침묵과 순응을 요구받았다. 이 같은 구조가 사실관계를 따지기도 전에 대중 사이 선수에 대한 지도자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의심하는 배경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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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었는데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면 ‘나쁜 지도자’와 ‘불행한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스포츠는 강압 대신 설득, 비명 대신 대화, 감정의 억압 대신 심리 관리, 무한 반복 대신 데이터 기반 훈련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도자는 팀 문화의 설계자이자, 선수 삶을 존중하는 조력자여야 한다. 선수들도 자신의 신체, 정신, 훈련에 대해 발언하고 선택할 권리를 구조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며칠 전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울산HD의 정승현 선수가 신태용 전 감독의 선수단 폭행 및 위압적 관리 방식을 폭로하기도 했다. 불편한 장면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문제는 개인인가, 아니면 시스템인가.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