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 (주)엔에스이엔엠 제공
3일 개봉하는 영화 ‘정보원’에서 ‘원톱’ 주연을 맡은 배우 허성태(48)는 무명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허 배우가 데뷔한 지 14년 만에 맡은 첫 주연작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직장생활했을 때보다 더 바쁜 것 같다”며 웃었다.
요즘 연기자들 가운데 그만큼 비열하고 ‘더러운’ 느낌마저 주는 개성파 배우가 또 있을까.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1의 최악 빌런 장덕수를 연기하며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진 허성태이지만, 그의 이름 앞에 ‘배우’란 수식이 붙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LG전자 등 안정된 대기업에 다니던 그는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34세의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프로그램에선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늦깎이 배우’를 써주려 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허 배우는 “다들 말리던 길을 선택했으니 흐지부지 몇 년 하고 접을 순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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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시리즈 ‘카지노’에서 차무식(최민식)이 서태석(허성태)의 인상을 두고 하는 대사(“세수대야 X같이 생겼네”)에서도 드러나는 개성 있는 마스크가 그의 강점이다. 하지만 그만큼 연기에 대한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허 배우는 의외로 서글서글한 인상을 빛내며 “저는 주연 욕심도 없었고, ‘누구처럼 되어야 겠다’ 생각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하루살이로 살았어요. 오늘 찍는 걸 재밌게 잘 찍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요. ‘여기까지 갈거야’란 생각이 없었는데도 지금까지 온 게 운이 좋았던 거죠. 인복이 좋습니다 제가.”
영화 ‘정보원’은 강등당한 왕년의 에이스 형사 오남혁(허성태)과 굵직한 사건들의 정보를 제공하며 눈먼 돈을 챙겨온 정보원 조태봉(조복래)이 우연히 큰 판에 끼어들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코미디다. ‘SNL 코리아’에서 ‘코카인 댄스’를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펼친다.
“어떤 분위기든 심취하지 않으려 한다”는 허 배우. ‘오징어 게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가 100만 명이 넘었을 때에도 그는 “거품은 빠지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연기를 하면서 내 자신에 대해 오해하지 않을 것이고 이건 변하지 않을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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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