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출시 3년, 과기정책硏 보고서 “개별 국가 자급자족은 비현실적 韓 하드웨어-英 SW 등 강점 결합 ‘중견국 연합’ 시너지 효과 노려야”
오픈AI의 챗GPT가 2022년 11월 30일 출시되며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린 지 올해로 3년을 맞이하게 됐다. 챗GPT가 포문을 연 이래 AI 시장의 지형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숨 가쁘게 바뀌고 있다. 중국의 ‘딥시크’와 ‘문샷AI’가 가성비 AI 모델을 선보이며 미국 못지않은 기술력을 과시하는가 하면, 구글이 제미나이3로 챗GPT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미중 AI 패권 경쟁 속에 국내 사용자들의 해외 AI 모델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국내 기업 및 기관 정보기술(IT) 담당자 300여 명의 AI 사용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오픈AI의 GPT 모델을 사용한다는 응답이 52.6%로 절반을 넘겼다. 국내에서 개발한 모델을 사용한다는 응답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본보가 확보한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영국 앨런튜링연구소의 공동 보고서 ‘피지컬 AI 시대 대응 위한 한영 소버린AI 협력 전략’은 미중 간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AI 패권 경쟁이 이제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해당 분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과 영국 등 ‘중견국 연합(Middle Power Coalition)’이 핵심 과제라고 제언했다.
광고 로드중
연구 책임자인 최종화 STEPI 연구위원은 “피지컬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영국을 비롯해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견국과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르디 야녜바 영국 앨런튜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제조, 로봇 등 하드웨어 강점과 영국의 AI 소프트웨어 강점을 결합해 피지컬 AI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美中 AI 종속 심화… “韓 강한 방산-의료-제조 ‘피지컬AI’ 키워야”
“韓, ‘피지컬 AI’ 연대로 승부를”
美, 中에 맞서 AI플랫폼 구축 시동
中은 로봇 데이터 수집 공장 건설
“韓, 반도체-車-로봇 AI 특화해야”
美, 中에 맞서 AI플랫폼 구축 시동
中은 로봇 데이터 수집 공장 건설
“韓, 반도체-車-로봇 AI 특화해야”
이 같은 미중의 AI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는 일반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 미국과 중국산 AI 모델에 빠르게 길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 정부 과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차세대 전장’인 ‘피지컬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진단한다.
광고 로드중
기업들의 의존도도 높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플랫폼 리멤버에 의뢰해 국내 기업 및 기관 소속 정보기술(IT) 담당자 306명의 AI 사용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오픈AI의 GPT 모델을 사용한다는 응답이 52.6%로 절반을 넘겼다. 이어 미국 메타의 라마(14.0%), 중국 알리바바 큐원(10.0%)이 뒤를 이었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LG 엑사원, 카카오의 카나나를 사용한단 응답 비율은 각각 2.9%, 3.3%, 1.4%에 그쳤다. 즉,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해외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기업의 AI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성능이 부족해서(30.3%) △사용하는 사람(기업)이 적어서(23.7%) △기술 지원 수준이 부족해서(20.9%) 등으로 응답했다.
● “해외 종속 심화… 차세대 전장 ‘피지컬 AI’ 등에서 승부 걸어야”
자칫 차세대 격전지인 ‘피지컬AI’에서마저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앨런튜링 공동 보고서는 생존 해법으로 ‘전략적 동맹’을 제시했다. 한국의 반도체 등 강한 제조업 기반과 영국의 AI와 로봇 소프트웨어 선도적 경쟁력을 기반으로 양국이 균형 잡힌 피지컬AI 생태계 공동 개발에 나선다면 미중 경쟁 구도하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한국은 제조, 방산, 헬스케어 등의 하드웨어 강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면서 AI 알고리즘, 기초 연구, 데이터 활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영국과 윈윈 전략을 짜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서비스 및 의료로봇이 영국의 서비스 분야에서의 입지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제조, 의료 등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저명한 펠로(Distinguished Fellows)’에 임명된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은 “우리가 글로벌 경쟁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분야는 산업AI로, 반도체 자동차 로봇 등 산업별로 연결해 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군비 경쟁을 하듯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중국은 압도적 인해전술을 펴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차별화 전략이 시급하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을 끌어들여 우리만의 글로벌 AI 얼라이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고 로드중
국가AI전략위원회 글로벌협력분과 위원인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는 의료AI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중국 칭화대의 AI 에이전트 병원은 세계 최초로 42명의 AI 의사로 운영되는데, 1만 명 이상의 가상환자를 수일 내에 진단할 수 있다. 호흡기 질환 관련 AI 의사들은 93.06%의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국가AI전략위원회에서 제조뿐 아니라 의료 분야 AI 경쟁력을 위한 집중 지원을 구상할 것”이라고 했다.
피지컬 AI로봇, 자율주행차와 같은 물리적 플랫폼에 탑재돼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AI(인공지능) 기술. 기업 현장, 군사 영역 등에서 복합적으로 활용되며 AI 분야의 차세대 격전지로 꼽힘.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