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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서현]‘교권 보호’ 믿음이 젊은 교사 줄퇴직 막는다

입력 | 2025-11-28 23:16:00

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지난해만 10년 차 미만 젊은 교사 626명이 학교를 떠났다. 사립학교 교사를 포함하면 퇴직 교사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학교를 떠난 10년 차 미만 교사 수는 2848명, 젊은 교사들의 ‘대퇴사(great resignation)’ 현상이다.

교사들의 대퇴사는 더 나은 조건을 위한 이직, 젊은 교사들의 나약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의 갑질, 학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해도 보호해 주지 않는 학교 시스템, 크고 작은 사고를 막기 위한 과도한 행정업무 등으로 교사들은 본업인 교육에 집중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권한은 작고 책임은 무거운 구조가 이들을 옥죄고 있다.

민원-안전사고 ‘모든 책임은 교사에게

경기 지역 초등학교 이모 교사는 “아이들과 학교 바깥 활동을 할 때마다 솔직히 두려웠다”며 “‘사고가 나면 모두 내 책임, 명예퇴직도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에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 체험학습 현장에서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하자 인솔 교사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사건 이후 서울 초중고 현장 체험학습은 올해 8월 기준 지난해 대비 약 36% 줄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올해 5월 스승의날을 맞아 전국 교사 8000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는 교사들의 고립감과 교직에 대한 회의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교사라는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이 64.9%,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2명 중 1명(58.%)이었다. 사직을 고민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교권 침해와 과도한 민원’(77.5%)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정당하게 일하다 어려움에 처해도 학교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직 환경은 이른바 ‘진상 고객’에게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노출된 콜센터 상담원과 다를 바 없다.

교사들이 의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교권보호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만 교사를 폭행한 가해 학생과 분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교사들이 개인 휴가를 쓰며 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적으로 학부모 민원은 ‘학교장 또는 전문 민원팀’으로 일원화하도록 규정했으나 책임 회피나 인력 부족으로 일선 교사들은 여전히 학부모들의 크고 작은 민원을 직접 응대한다.

’최소한 ‘교권보호법’ 실효성 있어야

코로나19 유행 직후 직장에 대한 회의감으로 ‘대퇴사’ 현상이 세계적으로 일었을 때 많은 컨설팅기업과 연구기관이 유능한 직원을 붙잡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그중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장치는 교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교육 당국이 살펴볼 만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16개국 2만8000명을 조사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견을 제기하거나, 실수를 해도 문책당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심리적 안정감’이 퇴사율을 낮춘다. 심리적 안정감이 낮은 그룹은 퇴사 위험이 4배 이상으로 높았다. 이들은 번아웃을 겪었으며,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리적 안정감’의 첫걸음은 교권보호법의 유명무실한 부분을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 보완해 실효성 있는 보호장치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권이 존중 받지 못하는 교실에서 인성 교육이 이뤄질 리 없고, 교사가 떠나는 교실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책임감을 가지고 교육하면 학교와 제도가 보호해준다는 믿음만이 교사들의 대퇴사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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