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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첫 100회 완주 “세차례 암 이겨내”

입력 | 2025-11-28 03:00:00

80세 한창수씨 4만3136㎞ 걸어
2010년 처음 시작, 연이어 병마 겪어
수술-항암 힘들어도 걷기 안멈춰
“날 살린 생명의 길 150번 완주 목표”



제주 올레길 역사상 처음으로 100회를 완주한 한창수 씨(왼쪽)가 완주 기념증과 트로피를 받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제공


제주 올레길 100회 완주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세 차례 암을 딛고 15년 7개월 동안 지구 한 바퀴(약 4만75km)보다 긴 총 4만3136km를 ‘꼬닥꼬닥’(‘천천히 걷는다’는 제주 방언) 걸은 한창수 씨(80)가 주인공이다.

27일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25일 한 씨가 올레길 100회를 완주했다고 밝혔다. 2007년 올레길 개설 이래 100회 완주는 처음이다.

올레길은 제주 해안과 오름을 걷는 장거리 도보 여행길로, 총 27개 코스(437km)로 구성됐다. 코스별 거리와 난도가 크게 달라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하는 코스도 있고, 날씨가 허락해야만 갈 수 있는 부속 섬 코스도 있어 1회 완주도 쉽지 않다.

서울에 사는 한 씨가 처음 올레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10년 4월 4일, 자신의 생일이었다. 올레길을 완주한 딸을 보고 ‘나라고 걷지 못하겠나’라는 마음에 제주를 찾았다. 하지만 제주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같은 길을 되풀이해 걷는가 하면, 어둑해질 때까지 길을 헤매기도 했다. 결국 걷기 시작한 지 닷새 만에 제주에 집을 구해 본격적으로 올레길을 걸었다.

그러나 올레길에 푹 빠질 무렵 느닷없이 병마가 찾아왔다. 2012년 흉선암, 2013년 혈액암, 2014년 전립샘암을 잇달아 진단받은 것이다. 한 씨는 수술과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치료가 없는 날에도 조금씩 올레길을 걸으며 몸을 회복했고, 2017년 12월 21일 마침내 첫 완주증을 받았다.

이후에도 한 씨는 걷기를 멈추지 않고 꾸준히 올레길을 걸었고, 이번에 100회 완주를 달성했다. 날짜로는 15년 7개월 21일 만이었다. 그는 지난해 암 완치 판정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씨는 “지금도 매일 2만 보 이상 걷는다”라며 “10년 안에 150번 완주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올레길은 생명의 길이고, 나를 다시 살린 길”이라는 소감도 전했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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