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브컬처, 방치형, 전략 시뮬레이션, 배틀로얄,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들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역시 국내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장르는 MMORPG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니지를 앞세운 엔씨소프트를 필두로, 대형 게임사들은 자사를 대표하고 있는 MMORPG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며, 현재 애플스토어, 구글플레이스토어만 봐도 매출 최상위권은 MMORPG 장르가 대부분입니다.
대표적인 흥행 MMORPG로 꼽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출시 초반에 일 매출 13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고, 지난 8월 출시된 넷마블의 신작 뱀피르도 센서타워 추정으로 첫달 누적 매출 4000만 달러(한화 약 571억 원)을 기록했다고 하니, MMORPG 장르의 폭발력은 어떤 게임사도 탐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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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_출처 엔씨소프트
다만, 요즘 MMORPG의 지나친 과금 유도 때문에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서 MMORPG 장르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임이 돈을 많이 써야만 강해지는 구조로 만들어지고 있다보니, 실력보다는 과금이 우선되는 Pay to Win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죠. 때문에 국내에서만 통하고 해외에서는 안 통하는 갈라파고스 장르가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MMORPG에 부분유료화 열풍을 몰고 온 메이플스토리_출처 넥슨
다만, 매달 몇만원이 되는 금액을 결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보니, 넥슨, 엠게임 등이 당시 시장을 강타한 부분유료화 열풍에 동참하면서, MMORPG 장르에도 부분유료화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기본 플레이를 무료로 하는 대신, 창고 확장, 펫, 코스튬 등 게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아이템을 팔기 시작한 것이죠.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메이플스토리, 열혈강호 온라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본 플레이가 무료이긴 하지만, 부분 유료화로 판매되는 아이템을 구입하면 좀 더 편하게, 그리고 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남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고 싶었던 이들은 월정액제 요금 이상으로 결제를 하기 시작했고, 무료로 MMORPG를 즐기고 싶었던 학생들도 몰려들면서 MMORPG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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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유료화가 대세가 됐음에도 월정액제로 서비스됐던 아이온_출처 엔씨소프트
이 같은 흐름을 또 한번 바꾼 것은 모바일 게임 광풍입니다. 이전까지 블레이드, 히트, 레이븐 같은 액션RPG가 주류였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이라는 돌연변이가 태어난 것이죠.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 리니지2 IP를 활용해 만든 이 게임은 서비스 첫달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MMORPG 지형도를 바꾸게 됩니다. 이전까지 게임 편의성이나 꾸미기 위주였던 아이템 체계를 바꿔서, 고급 장비, 강화 주문서 등 성장을 가속화해주는 다양한 아이템 패키지를 본격적으로 판매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액션RPG에서 활용되던 무기 뽑기 상품을 MMORPG로 가져오면서 현재의 Pay to Win 구조를 정착시켰습니다.
모바일MMORPG 시대 개막을 알린 리니지2레볼루션_출처 넷마블
또한, 리니지2M에서는 리니지M에서 있었던 변신 카드 뽑기를 바꿔서, 직업 뽑기 개념으로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높은 등급의 직업일수록 추가 능력치가 붙기 때문에, 결국 PVP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높은 등급의 직업을 뽑아야만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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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의 기본이 된 리니지2M의 직업뽑기_출처 엔씨소프트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모바일MMORPG에 뽑기 중심의 BM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과도한 과금 유도에 대한 비판이 커지게 되다보니, 이제는 다시 월정액제와 비슷한 형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출시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이온2가 대표적입니다.
시즌패스 중심의 BM으로 변신을 선택한 아이온2_출처 엔씨소프트
현재 아이온2 반응을 보면 이전에 확률형 뽑기 중심의 BM만큼의 폭발적인 매출은 아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뜨겁습니다. 한국 MMORPG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되던 Pay to Win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에 대한 관심이겠죠. 아이온2는 거의 매일 개발자의 특별 방송이 진행될 정도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전에 선보였던 엔씨소프트 신작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 MMORPG 시장의 흐름이 다시 한번 바뀌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김남규 게임동아 기자(rain@gamedonga.co.kr)